한창 ‘교육 노동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신임 교육부총리가 1월말 “교사를 평가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중앙일보는 2월3일자 ‘교사평가, 경쟁력 위해 필요하다’는 사설에서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받던 교직에도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일갈했다.

또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교사평가는 보편적인 교원정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예는 1월3일자 5면 중앙일보 특집기사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의 교사평가제도는 일반적으로 3년마다 평가 뒤 재계약을 하거나, … 재임용에서 탈락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사설은 미국의 예와는 정반대로 “(한국) 교사들은 임용 후 실력 유무에 관계없이 60대 초반까지 자리를 유지한다. … 여러 차례 교사평가가 시도됐으나 번번이 일선 교사와 일부 교원단체의 집요한 반발에 부닥쳐 유야무야로 끝나곤 했다”며 우리나라 교사의 철밥통을 질타했다.

미국의 교사 평가제를 알리는 1월3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일단 교사가 됐더라도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교단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의 팜 맥슬란드 인력담당관의 입을 빌어 리얼리티를 한껏 살렸다. 물론 담당관의 얼굴 사진까지 실었다.

이 담당관은 “미국 교사는 평가 결과에 따라 △재임용 △조건부 재임용 △재임용 탈락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미국은 매우 엄격한 교사 평가제 때문에 게으른 교사가 부지기수로 퇴출되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인 1월28일자 문화일보 28면엔 이와 정반대의 칼럼이 실렸다. 제목부터 “겉만 까다로운 (미국의) 교사평가”라고 중앙일보와는 영 딴판이다. 이게 뭔 소리야…?

이 칼럼은 현재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한국인 ‘홍현주 박사의 미국학교 엿보기’라는 고정기고문 중 8번째 글이다.

홍 박사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미국의 교사평가제도는 겉으로는 무척 까다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홍 박사가 쓴 글은 중앙일보보다 훨씬 상세하다. 평가자는 교장, 교감, 해당과목 담당자이며, 평가방법은 정규참관, 불시참관, 동료교사에 의한 참관이 있다. 신참교사는 1년에 4번 이상 평가받고, 평가결과는 △기준 이상 △기준 부합 △기준 이하 △불만족(U? unsatisfactory)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홍 박사는 이렇게 칼럼을 마무리했다.
“어지간히 까다로워 보이지만 교사 간에는 밀담이 하나 있다. 물론 수업 참관을 받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지만 적당히 해도 절대 U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임용 과정을 알면 이해가 간다. 교사는 교육청의 교사모집에 응시를 한 후 해당 학교의 교장과 동일과목 담당교사, 과목에 따라서는 교육청의 과목 담당관과의 심층 면접을 거쳐 임용된다. 이렇게 임용된 교사를 평가하면서 U를 준다면 본인들의 인선능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의 교사들이 탱자탱자 노는 것은 아니란다. 홍 박사는 이보다 앞선 1월14일 칼럼에서 “미국 교사들이 담임도 안 맡고, 별도의 상담교사가 있어 편해 보이지만 엄청난 양의 자료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교사평가제도에 찬성한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말하는 교사들 목 자르는 미국식 평가가 아니라 홍 박사가 말하는 것처럼 교사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드는 미국식 평가가 좋다.

그런데 교육부가 단순히 교사만 평가한다고 했을 때 사설까지 동원하며 기뻐하던 중앙일보가 2월17일 교육부의 정식 발표 때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교육부는 이날 중 교원 평가에 대해서 교사 뿐 아니라 교장까지 모든 교원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는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2월18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교원 평가를) 교장?교감에 의한 단일평가에서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로의 변화는 교단에 적잖은 충격을 던질 전망”이라고 시작했다. 앞서 2월3일자 사설에서 당장이라도 “교사들의 철밥통을 깨라”고 선동하던 호기는 온데간데없다.

중앙일보는 다면평가에 대해 “교사에 의한 교장 평가,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교장의 역할 역시 안락의자에 앉은 관리자보다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경영인의 역할로 바뀐다. 단점도 많다. 매일 접하는 교사들끼리의 평가는 평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의 불만을 살 소지가 크다”고 풀이 죽었다.

“교사 평가가 교직에 경쟁의 새바람을 일으킬 바람직한 제도”라고 했던 중앙일보가 다면평가를 하자니까 갑자기 “교육은 (기업)경영처럼 성과에 급급해선 안 된다”고 돌아섰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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