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화물연대 확대간부수련회 겸 임시대의원대회와 2월26일 운송하역노조 2004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양 조직의 실질적인 통합노조 출범을 위한 전 단계인 통합준비위 결성을 결의했다.

정권과 자본은 공권력과 여론조작을 통해 지난해 8월 화물연대 파업을 짓밟은 이후로 업무개시명령제와 같은 위헌적 조항을 주 내용으로 하는 화물악법 재개악 등 화물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근대적인 물류체계에 대한 개혁방안은 전혀 없이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운송노동자들의 강제퇴출과 부두별도법인화를 통한 항만에서의 비정규직 양산, 경유가인상 등 아무런 대책 없는 직접비용 인상을 통해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이 화물노동자들로 하여금 공동대응을 하도록 강제하였고 양 조직 간 지난 시기 형성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로서 통합준비위를 결정한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벽 허물지 않고서는…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통합은 참으로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운송하역노조는 정규직으로 구성된 반면 화물연대는 특수고용직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조직돼 있다.

한국통신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갈등은 부인할 수 없으며 양 조직 간의 통일단결이 참으로 힘든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화물연대와 운송하역노조는 지난해 8월 파업 이후 공동투쟁 실패로 인한 내부 갈등이 대단히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 이러한 균열이 완전 해소된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의 공세 앞에서 그들이 갈라놓은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생존권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조차 할 수 없다는 위기감 앞에서 양 조직은 역사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화물연대 확대간부전체회의에서의 90% 찬성, 운송하역노조 대의원대회의 73% 찬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 통합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현행법상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노동3권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노동3권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 속에서 투쟁의 피땀 위에서만 쟁취될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정규직 조직들의 노동3권이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전혀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산별노조 정신’ 실천 새로운 시도

또한 양 조직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 큰 단결로 나아가야 할 과제가 있다. 여기에서 현재 양 조직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2004년 공동투쟁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일한 논의체계와 중앙 사무처의 통합, 단일 지도부 구축을 통해 그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우리가 내세웠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가 바로 산별노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준비위의 출범도 업종과 지역과 공장의 벽을 뛰어넘자고 했던 산별노조 정신의 연장선에서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앞으로 통합준비위는 3월 중하순 경 창립대의원대회를 통해 2004년 사업 및 투쟁계획을 확정하고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며, 또한 이미 진행 중인 운수노조연대회의를 통해 5월1일 운수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가능한 조직 간의 운수단위 공동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우려가 교차되는 안팎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의 다음 결의는 산별노조 운동의 새로운 모범 창출이 공언(空言)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거기에 길이 만들어지고 뒤에 따라오는 이들이 우리의 이 발자국을 따라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창호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사무처장 직무대행(kcwuforg@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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