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세계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논의해 온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화의 사회적 영향 특위’(WCSDG, World Commission on the Social Dimension of Globalization)가 24일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세계화가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이후 WTO 등의 논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런던에서 ‘공정한 세계화 : 모두를 위한 기회로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세계화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아직도 세계화에는 뿌리 깊은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고 이는 윤리적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도, 지속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올바른 세계화에 대한 무성한 논의를 통해 세계화의 방향성에 대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제는 무엇보다 실천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보다 공정한 세계화의 기초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 문화적 정체성, 자치,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잠재력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세계화는 사람들을 보다 주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공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지방, 국가, 지역, 전 세계 차원에서 민주적이고 사회적 대화에 기반한 지배구조로의 개선 △무역과 투자, 국제금융, 노동 분야에서 공정한 국제적 규칙 마련 △다국적 국제기구들의 정책개선 노력 등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노동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에 걸쳐 5,000만 명이 고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노동조건이 보장돼야 한다며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지역에 노동법이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탄압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 같은 제안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화 정책포럼’을 UN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세력들이 참여해 구성하고 공정한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계를 대표하는 국제자유노련(ICFTU)도 즉각 환영성명을 내고 “세계 각국이 국제노동운동과 함께 공정한 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ICFTU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국제노동운동의 주요한 과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실천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CFTU는 보고서의 ‘세계화 정책 포럼’ 제안을 환영하면서 “세계화가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세계 경제정책의 사회적 충격을 감시할 수 있는 세계화정책포럼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운동과 사용자 그룹간 논의기구 설립을 요구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노동운동 진영간 대화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세계화의 사회적 영향 특위’는 지난 2002년 ILO가 설립한 독립기구로 2년여 동안 세계화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전 세계 26명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특위는 벤자민 음카파 탄자니아 대통령과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아 왔으며 노동계에서는 존 스위니 미국노총(AFL-CIO)위원장, 즈웰린지마 바비 남아프리카노총(COSATU)사무총장, 빌 브레트 ILO 노동자 그룹 의장 등이 참여해 왔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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