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에서 차량을 정비하는 노동자 31명이 근골격계 질환자로 판정이 났다. 궤도부문에서는 처음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인정된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허리, 무릎, 어깨, 손목 등 몸의 한 부분을 단순 반복해 쓸 때, 근육과 관절에 참기 힘든 통증이 오는 병으로 그 동안 제조업,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근골격계 질환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신체 관절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31명은 서울지하철공사 1만여 노동자 가운데 300명만을 대상으로 조사?검진한 결과여서 대상이 확대될 경우, 근골격계 질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서울지하철공사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공사는 지난 19일 노조에 이번 사안과 관련, 공문을 보내왔다. 내용의 핵심은 “지축정비 업무가 근골격계 질환을 집단으로 발생시킨다면 동 업무 용역화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고, 또 31명이 요양에 들어가면 돌아왔을 때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노조 선거도 있으니 요양은 잠시 유보하고 이후에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파도 좀 참으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해당 노동자들은 “기가 막힐 뿐”이라는 반응이다. 건강한노동세상 조성애 사무국장도 “노동자들의 ‘약한 고리’인 고용을 볼모로 아픈 사람을 치료 받지 못하게 해 산재를 은폐하려는 공사의 공갈협박”이라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이렇듯 박탈하고 있는데 민간 사업장은 얼마나 심각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제정(1963년)된 지 올해로 41년째다. 하지만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서울지하철공사의 전근대적이고 삐뚤어진 시각을 보니 40년 세월이 참 무색하다. 아픈 노동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경영진에게는 정말 무리한 요구인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