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던 박일수씨가 14일 비정규직 차별에 항거해 스스로 자기 몸을 불살라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던 유석상씨가 산재요양 중에 목을 매 자살한 것도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 목숨을 끊은 이유도 다른 사안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같은 날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 어떤 의미일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 지난해 10월 중순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에 이어,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광주본부장 등 노조 활동가와 조합원들이 연이어 노동탄압에 항거해 목숨을 끊었고, 12월 중순에야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과 이현중씨의 장례식을 치르고 ‘열사국면’이 마무리됐는데, 두 달여 만에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 특히 같은 날인 14일 오전에 민주노총 지도위원인 김진균 교수도 대장암으로 타계한데다, 3년 여간 수배를 받아온 사회보험노조 박동진 전 서울본부장이 전날 간암으로 세상으로 떠나 그야말로 ‘슬픈 토요일’이었습니다.
- 우연하게 한국노총이 1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보호강화 촉구대회’를 여는 것도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직가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현대차노조의 결정에도 더욱 관심이 모아질 것 같습니다.

‘막가파식 노조관’이 차라리 솔직
- 좀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비정규직의 처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공문도 있었습니다. 중앙로얄 오피스텔에서 시설관리를 하던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뒤 법정소송을 통해 고등법원까지 승소했지만 1년여가 다 되도록 여전히 복직이 안 된 사건이 있는데요. 민주노총 전해투와 단병호 전 위원장 명의로 오피스텔 수분양자협의회 H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공문이 문제였습니다.

공문의 내용인즉슨, “폐업했으므로 고용관계는 때려죽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임. 그런데도 떼를 쓰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중략) 무서워서 당신들을 만날 수가 없다! 또 나는 바쁜 사람이다. 술도 먹어야 하고 고스톱도 쳐야 하고 XXX도 해야 한다…”
-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무시’가 그대로 드러나는 내용이군요. 어찌 보면 H회장의 ‘막가파식 노조관’은 차라리 솔직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정부나 대공장은 치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제도화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총선 D-60일을 앞두고 일부 개각이 이뤄졌는데, 당초 예상했던 대로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총선출마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민주노총 신임 임원들과 첫 인사를 나눈 지 6일만이었죠.
- 김대환 신임 노동부 장관 취임식 때 별다른 일은 없었나요?
- 김 장관은 지난 11일 오후 5시30분 취임식을 마치고 노동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권 장관과 달리 말을 많이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권 장관이 지난해 취임식 때 “노동부는 노동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언론으로부터 ‘친노동자 편’이라고 ‘뭇매’를 맞았던 것을 감안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 영향인지 김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애매한 대답들이 많았습니다.

고교 동기동창과 노정관계
사안이 재밌기도 했지만 일문일답에서 확실한 기사거리가 없다보니 김대환 장관과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고교동창이라는 사실이 비중 있게 기사화됐죠.
두 사람이 고교동창이라는 사실은 막판 간담회가 끝날 무렵 화제가 됐습니다.
모 기자가 “김 장관과 이수호 위원장이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선배냐”고 물었는데, 김 장관이 “깡으로 할까요? 키로 할까요?”라는 농담만 하고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관 대답으로 미뤄, 동기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 같은 반일수도 있다는 등 기자들 사이에서 무수한 말들이 나왔죠. 결국 이수호 위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친한 동기동창 사이라는 것이 밝혀진 거죠.
- 두 분이 ‘친구’ 사이라고 해서 노-정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있는 만큼, 대화를 해 나가는 데 있어 긍정적인 작용을 하길 바랍니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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