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 달 동안 노동자 4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를 낸 현대중공업 안전보건 총괄 상무이사가 지난 5일 구속됐다. 대기업 중역 구속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사건과 관련, 경총이 9일 입장을 밝혔다. 사망한 분들에 대한 조의나 안전조치 개선 의지까지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용을 뜯어보니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경총은 현대중공업 사례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및 현행 구속영장신청제도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유인즉, 사업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히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은데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구속영장 신청 기준을 ‘동시에 2인 이상 사망’, ‘연간 3건 이상의 사망재해’라고 똑같이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 경총의 의견이다.

경총 입장에 대해 노동자건강연대 최은희 정책국장은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 국장은 “맨홀커버 폭발, 추락사 등 현대중공업 사례만 봐도 사용자 쪽은 기본적인 안전점검도 소홀히 한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죽지 않을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 법을 고치라’니 사람의 생명을 도대체 뭘로 아는 것인지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잘라 말했다.

산업재해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64년 이후 2001년까지 총 산업재해자수는 332만 명으로 대구광역시 전체인구 약 250만 명보다 많다. 호주나 캐나다는 산재사망을 기업이 저지른 타살이라며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두고 있다. 몇 달 사이 10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고 20명 이상이 중상을 당하는 그 곳은 ‘기업’이 아니라 ‘죽음의 공장’이다.
경영진의 최대 목표가 이윤이겠지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도 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21세기 어두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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