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세제혜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한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담아 합리적 여론형성에 일조하려 한다. <편집자주>

조준모 숭실대 교수(경제학)
jmcho@ssu.ac.kr

올해 ‘일자리 만들기’가 주요이슈로 등장한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아보면 노동계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보여준 극한적 대립 양상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팽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고, 재계는 불법정치자금 모금 등으로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 상급대표들은 탈출로로 ‘일자리 만들기’ 구호를 제시할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다. 여당 입장에선 선거용으로 일자리 만들기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일자리 만들기 경제지도자회의’가 제안된 상태고, 국무총리실 산하엔 ‘실업대책위원회’를, 부처별로도 각종 실업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곧 대규모 관련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여기서 노동과 기업간 대타협을 모색하려 한다. 전경련도 ‘일자리 만들기’ 센터를 운영키로 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한 각종 단체들도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있다. 필자는 이글을 통해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 메뉴로 꼭 실행해야할 정책과 해선 안 될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2003년도 OECD고용전망보고서는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More and Better Jobs)를 테마로 일자리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용정책의 핵심을 여성, 청년, 장애인, 고령자, 비정규직자 등 취약계층에 맞춰 이들 계층의 노동 수요와 공급의 장애요인을 제거해 시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백화점식, 난사형(亂射型) 고용정책이 채택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고용창출이 잘 안되는 데는 집단별로 원인이 다르다. 대상 집단을 명확히 해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신규 고용시 1인당 100만원씩 법인세를 감세한다는 정책은 대상 집단이 불분명하며,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유인만 늘린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을 늘리려던 성장기업의 횡재효과(橫財效果)를 유발하게 된다.

고용정책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 기반이나 전문성 없이 ‘정치적 제스처’로 정책이 발굴된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기존 일자리 기획 외에 새 아이템을 발굴하고자 ‘저인망식’ 정책 아이템 끌어올리기에 급한 인상이다.

고용정책의 중장기 패러다임 하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야지 이익집단들이 쏟아내는 정책을 인기 영합적으로 받아줘선 혈세만 낭비할 수 있다. 일자리 만들기를 빌미로 정부 부처의 예산재량권 확대와 정부 비대화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축적된 노하우들이 고용정책 수립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동안에 만들어진 각종 고용창출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와 실증분석들이 고용정책 수립시 반영되지 못하고 부처간 헤게모니에 의해 고용대책의 메뉴가 짜여지는 느낌이다.
예컨대 신산업 분야 육성도 얼마만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인가는 미지수다.

아울러 일자리 만들기가 ‘코포라티즘’ 구조 강화에 악용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분단성이고 이를 배태하는 원인은 ‘내부자-외부자’ 구조다.
최근 노사정위의 협약은 대표성 문제(실업자 및 비정규직의 대표성)와 기업 쪽에서 기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안정외에 신규고용에 관한 특별한 안을 제출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자칫 노사정위 협약은 내부자간의 담합에 의해 그들의 고용안정만 보장해 주고 비정규직, 실업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끝으로 필자의 대안 방향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전방위, 전시적 고용메뉴를 자제하며 타깃(target) 집단을 정하고 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보조금으로 나쁜 일자리 창출을 자제하고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시장기능제고 없인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단기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중장기 좋은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구분해 정책을 추진하되 단기 일자리 창출은 취약 저소득계층에 한정해야 하며 중장기 노동정책은 산업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제시돼야 한다.
고용유발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더 활발히 이뤄짐을 인식해야 한다. 외환위기동안에 정부실업대책이 비정규직을 양산에 일조했던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넷째 이벤트성 정책을 자제하고 사회안전망 등 기존 노동시장 인프라가 제대로 가동되도록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중앙단위의 정치적 제스처를 자제하고 노사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기업별 직업훈련과 학습체계를 마련, 임금 유연화와 근로자 생산성 제고를 위한 직무설계 재구성 등 사례 발굴-홍보-교육지원 등 파워 프로그램 마련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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