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신문들이 그렇게 파업노동자를 두들겨 패면서 집요하게 파업망국론을 폈다. 그런데 정작 파업 관련 통계치는 지난해 파업의 강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신문들이 파업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파업 때문에 기업이 다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파업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파업 때문에 강남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파업 때문에 이민 열풍이 불고, 파업 때문에 나라 교육이 엉망이라고 말했다.

* 파업강도 낮아졌음에도 파업노동자 매도 여전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9일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 때 폭력 시위양상을 보도하면서 다음날 사설에서 "민노총은 나라를 거덜 낼 셈인가"라는 극언까지 사용했다. 이들 신문은 한결같이 주장했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파업노동자를 매국노로 낙인찍는 상징어가 돼 버렸다.
그런데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파업 건수는 2002년과 비슷했고 파업의 강도를 판단하는 '근로손실일'은 IMF 이후 평균치보다 낮았다. 결국 파업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소 높았지만 파업의 강도는 여느 해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신문이 파업 때문에 기업이 다 망하게 생겼다고 했지만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주요 척도인 '근로손실일'이 2003년에 129만8,663일이었다. 2002년 근로손실일은 이보다 훨씬 높은 157만9,678일이었고 2000년엔 더 높은 189만3,563일이었다. 98년 이후 2003년까지 6년 동안 근로손실일이 지난해보다 낮았던 해는 2001년 딱 한 해였다.

결국 지난해 기업이 파업 때문에 피해를 입은 정도는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는 논리는 어느 나라 통계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객관적 통계자료가 이런데도 우리 언론은 새해 들어서도 노동자를 패는데 여념 없다.

중앙일보는 1일자 신년사에서 "노사분규와 집단투쟁 때문에 우리 경제가 회생 기미조차 없었다"고 분석했고, 동아일보는 1일자 사설에서 "노조는 내 몫만을 위한 투쟁과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자제해야 한다"고 신년 화두를 던졌다. 한겨레 역시 1일자 신년사에서 "노사대립의 격화와 8%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 (때문에) 한국사회의 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해 마치 노동자의 파업이 청년실업의 원인인 냥 서술했다.

결국 지난해 기업이 파업 때문에 피해를 입은 정도는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는 논리는 어느 나라 통계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객관적 통계자료가 이런데도 우리 언론은 새해 들어서도 노동자를 패는데 여념 없다.




* 재계인사 신년사 대문짝, 노동계 수장 신년사 외면

반면에 많은 신문들은 재계 5단체장의 신년사는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경제신문은 1일자 E3면에 강신호 전경련 회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재철 무역협회장, 김영수 기협중앙회장, 김창성 경총 회장 등 5개 단체장의 신년사를 큼직하게 실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신년도 되기 전인 31일자 신문에 앞 다퉈 실은 점이다.
입만 열었다 하면 노동자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악선동하던 그 많은 신문들이 노동계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더 웃기는 꼴은 이건희 회장의 딸 홈페이지가 네티즌들의 폭주로 삭제 소동을 빚었다는 내용을 사회면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재벌 총수의 대학생 딸이 만든 홈페이지가 기사 가치가 있는지를 새로 깨달았다.

조선일보는 1일자부터 중계본동 104번지 영세민들의 삶을 비중 있게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조선일보는 지난 연말 같은 영세민들인데다 철거까지 당해야 하는 상도동 철거민들의 투쟁에는 철저하게 눈을 감았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여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이 발굴한 '중계본동 104번지'를 띄우기 위해 3일자에는 사설까지 동원해 '자가발전'하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줬다. 조선일보가 정말 마음 비우고 이 땅의 도시빈민, 노동자, 서민, 농민들을 위해 기사를 쓰는 날이 과연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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