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4기 임원선거에 나선 두 진영의 후보들이 본격적인 유세에 나서기 전에 ‘선거표어’만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철저한 조직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 짤막한 표어가 작성되는 순간 이미 결정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호 1번 유덕상-전재환 선본은 ‘새로운 10년! 문제는 힘이다. 힘있는 민주노총’을 핵심구호로 뽑았다.
‘새로운 10년’은 앞으로 민주노총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부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힘이다’는 현재 민주노총 문제에 대한 진단이다. 따라서 ‘힘있는 민주노총’을 민주노총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호 2번 이수호-이석행 선본은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저지와 분쇄를 넘어 쟁취와 확보로!’가 주요 선거표어다. 앞부분은 우리(민주노총)를 바꿔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뒷부분은 현 집행부가 ‘저지와 분쇄’에만 매달렸다면, 앞으로 ‘쟁취와 확보’로 나아가겠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양 선본은 압축적으로 후보를 소개하고 공약을 알릴 수 있는 주요한 선전도구인 선거표어를 완성하는데 장시간 공을 들이면서 꽤나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기호 1번 표어작성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문제는 모두 힘있는 투쟁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안을 제시하든, 성과적 교섭을 하든 힘있는 투쟁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호 2번 선본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바꾸지 못하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며 민주노총을 바꾸기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는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표어를 더 함축적으로 비교해본다면, ‘힘’과 ‘혁신’의 대결이 될 만하다.

지난 대선 때 비록 100만표 가량밖에 얻지 못했지만, 민주노동당이 강조한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 권영길’이라는 표어는 지금도 기억나는 선거표어다. 그만큼 ‘권영길’을 압축적으로 홍보한 문구가 또 있었을까 싶다.
과연 민주노총 4기 임원을 뽑는 대의원의 심금을 울리는 표어는 어느 쪽일지 궁금하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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