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음에도 아직 실태조사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자체 조사한 실태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민주노총과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는 4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근로복지공단 △국공립병원 △비정규교원 △공공부문 간접고용비정규직 실태를 발표했다.



▶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 인건비는 ‘잡급’ = 근로복지공단 전체 3,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일용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은 1,100여명으로 노동부 산하기관 중에서는 그 비율이 가장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건비 책정방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이 받는 인건비는 ‘임금’이 아닌 ‘잡급’이다. 이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야 할 업무추진비나, 출장비, 효도휴가비 등 복리후생비는 당연히 책정되지 않고 있다.
실제 정규직 6급 3호봉과 비정규직 3호봉을 비교해 봤을 때, 정규직과 계약직의 월 기본급은 72만7,100원과 63만원으로 9만7,100원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연봉은 2,119만3,210원과 1,414만2,840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인사이동의 경우 정규직은 공단본부 인사팀의 조치로 전국적으로 공지되고 있으나, 비정규직은 각 지사 관리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관리세칙에 따르면, 징계종류는 계약해지밖에 없으며 그 사유에는 근무태도 불량이 포함돼 있다.

물론 근무태도에 대한 평가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각 지사 관리자들이 한다.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이상엽 사무처장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1년도 안 되고 내부시험에서 떨어진 사람이 5급으로 승진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 병원 비정규직, 97년 이후 4배 증가 = 보건의료노조가 97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도 IMF를 겪으며 정규직이 축소되고 비정규직이 증가됐다.
조사대상 사업장의 100 병상 당 정규직이 97년에는 105.6명이었으나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 올해는 76.3명으로 줄었다. 특히 공공병원 정규직 인력이 민간병원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와 지방공사의료원 정규직은 올해 각각 99.1명과 56.9명인 반면 사립대병원은 121.1명이었다. 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정부의 경영혁신지침 아래 지속된 인력감축과 정규직정원 동결로 인해 빈자리에 비정규직으로 충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비정규직은 계속 증가추세다. 97년에는 그 비율이 5.2%였으나 올해는 22.3%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현 부위원장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간접고용 비정규직까지 합하면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 비정규직 교원 99년 이후 5배 이상 증가 = 매년치 교육통계연감에 따르면, 일반계 국공립고등학교의 경우 99년 300명이었던 비정규직 교원이 2002년에는 1,885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사립고등학교의 경우 비정규직 교원이 99년 1,130명에서 2002년 5,822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2000년 시행된 7차 교육과정과 2002년 7.20 교육여건개선사업시행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교조 하병수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명분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고 교원을 증원하겠다던 7.20 사업은 증설된 학급에 정규교원대신 비정규교원을 채우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비정규 교원들에 대한 방학 중 월급 지급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계약기간이 종료된 것도 아니어서 실업수당도 받을 수 없다. 또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3월1일부터 12월31일(또는 겨울방학 직전)까지 계약을 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연가, 병가 및 특별휴가가 없는 경우가 많고 계약기간 중 일방적 해임을 통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낮은 호봉 선호 현상으로△경력 기간제 교사 불이익 △수당체계, 보수책정 기준 지역별 차이 △낮은 계약서 작성률 △부당업무, 시중 강요 △성희롱 및 성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 사무국장은 주장했다.

▶ 공공부문 간접고용 정통부, 철도청서 확대 =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정보통신부와 궤도산업 등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도 정통부의 우정사업경영합리화시행계획에는 보조운송망(집중국-집중국)과 하부운송망(집중국-우체국)을 포함해 우정사업진흥회를 ‘단계별 분사 및 민간위탁을 확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2001년 4월 우편집중국간 21개 운송망 업무를 현대택배에 위탁계약했으며 2002년까지 1,954개 하부운송망에 대한 운송업무도 민간위탁하거나 기존 우정사업진흥회를 분사해 248명을 감축했다.
지난 8월 철도청이 고속철도 운영과 관련해 행자부에 요구한 증원요구안을 보면, 내년 4월 고속철도개통을 앞두고 개통시 필요한 인력 2,766명 가운데 궤도보수 작업, 토목시설물 검사업무, 건물 및 설비관리 사업 등에 639명을 외주인력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구미영 정책부장은 또한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법정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청소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주)대원관리는 지난 15년 동안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해 오면서 월 50만원 이외에 일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대학 용역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해양대의 경우 2001년과 2002년 계약한 두 업체는 미화원에게 기본급 일당을 1만1,000원과 1만4,000원을, 경비원에게는 1만3,000원과 1만4,000원을 지급했다. 부산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3월분 실수령액은 49만277원이었다.
도시철도공사 청소용역노조가 결성된 뒤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주휴와 생리휴가를 쓸 수 있지만 역사별 출근유지율 81.9% 단서조항으로 인해 휴일휴가 사용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학태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