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섭 노동부 외국인고용대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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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신청을 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한 단속과 강제퇴거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족 동포를 비롯한 일부 불법체류외국인의 집단농성과 영세 제조업체의 인력난 등이 보도되면서 지난 8월에 10여년간의 사회적 격론을 거쳐 어렵게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표류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3D 업종의 인력난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근로자를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십만의 불법체류자를 방치하는 것이 과연 능사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외국인의 출입국, 국내 체류 허용 등은 각국의 주권에 관한 사항으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밀입국의 경우에는 10년 투옥형이고 ’97년에는 11만명의 외국인을 강제추방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도 이민국, 국세청, 소기업청, 연방수사국 등이 합동하여 세계적인 소매체인점인 월마트를 급습하고 불법체류자를 245명을 적발했다. 지난 4월 일본에서는 1,200여명의 경찰과 입국관리국 경비대를 투입, 도쿄의 유명한 신주쿠 거리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시행한 바 있다.

우리와 같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대만이나 싱가포르도 불법취업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엄단한다.(태형까지 시행한 바 있음) 이렇듯 인권침해 비난 소지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불법체류를 강력히 단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법 기강을 확립하고 국내 노동시장 및 경제가 왜곡되어 저임금과 구직욕구를 이용하여 서비스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 내국인의 취업가능성이 높은 업종까지 잠식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불경기에는 외국인 실업과 거주지역(게토)의 슬럼화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평상시 이들의 주거, 교육, 문화, 사회보장 등을 위한 사회적 비용 부담까지 늘게 된다.

선진국들이 단순기능인력 도입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취업기간을 짧게 하면서 순환원칙(rotation)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출국유예 주장, 오히려 현실성 없어

외국인 지원단체와 강제출국 대상 외국인(4년 이상 불법체류자 등)들은 이번만은 예외를 두자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력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93년 이후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다운 단속이 실시된 적이 없고 임시방편으로 출국기간 유예조치 등을 통한 예외적 조치로 대처해 왔다.
이는 그간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제도가 없었고 외국 인력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고려하여 정부가 강력한 대처를 주저하였기 때문이다.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에 의해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3년으로 취업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마당에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장기취업을 허용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만약 다시 일정기간 출국을 유예하고 그 기간이 도래할 경우 이들이 감사해하며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떼만 쓰고 외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또 다른 예외를 요구하지는 않을지 의심스럽다. 일부에서는 10여만명의 출국으로 인력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5인 미만의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인력공백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출국대상자 10만여명의 60%는 중국인(조선족, 한족)으로 우리나라 사람과 마찬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3D업종에 취업을 꺼려하고 서비스업이나 건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4년 미만의 불법체류자 합법화 신청기간 동안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4만명의 외국인이 제조업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는 작년 대비 제조업의 외국인 종사자가 3만명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출국으로 제조업에 미치는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 특히, 건설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줄어들자 건설업 부문의 내국인 실업자(1년미만 건설업 전직실업자)수는 1개월 사이에 2만명(8만5천명(9월)→6만5천명(10월))이나 줄어들었다. 건설업에서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또한 합법화 과정에서 아직 취업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도 3,000명이나 대기상태에 있어 큰 인력 대란은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강력한 단속의지를 가지고 범정부적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할 것이다. 단속인력도 증원할 것이고 보호시설도 확충할 것이다. 다만, 단속 중에도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자진출국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범칙금면제, 고용허가제 시행시 국내 재취업 허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처음 실시되는 불법체류자 단속이다 보니 조금은 낯이 설고, 출국대상 외국인 개개인의 사정이 딱한 것도 사실이지만 건전한 외국인고용질서의 확립과 맞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건강한 아기의 생산을 위한 불가피한 산고(産苦)임을 이해하고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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