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경기본부 법규차장)

수년전 노동법을 처음 공부할 때는 이론과 판례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인노무사가 된 후 현장에서 노조활동에 대한 법률적 지원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근로감독관과 사용자들은 이론 및 판례보다 노동법의 취지와 불일치하는 노동부 질의회시, 이른바 ‘행정해석’에 근거해 노조를 탄압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른바 ‘대체근로’에 관한 두 가지 비슷한 실제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행정해석을 근거로 근로감독관 및 사용자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43조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해 노조의 주장을 부인하는 경우가 있었다. A사의 경우 조정중지 이후 지난 5월24일부터 노조간부들만의 일부 직장점거 형태로 쟁의행위에 돌입했는데, 사용자는 이틀 뒤인 26일 9명의 노동자를 신규채용했다. 그리고 B사의 경우 노조가 지난 9월15일 노동쟁의 통보 및 조정신청을 하자, 회사측은 같은 날 10명의 용역업체 아르바이트 채용한데 이어 다음날인 16일 7명의 노동자를 23일간 일시 채용했다. 이어 24일 노동위의 조정중지, 25일 노조의 파업찬반투표 및 쟁의행위 신고를 했고, 이후 간부들은 부분 파상파업 등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우, 일단 A사의 경우 노조법 제43조 제1항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에 위반된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관할 근로감독관은 쟁의권 침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자연감소 인원의 보충”, “사업확장 등으로 인한 신규채용” 등은 쟁의권 침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므로 가능할 것이라는 행정해석(1997.8.20, 협력68140-333)에 근거해 사용자 행위를 두둔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조사해 본 결과 자연감소 인원이 없었으며 사업확장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파업에 참가한 간부들의 숫자는 정확히 사용자의 신규채용 인원과 동일할 따름이었다.

B사의 경우 사용자는 쟁의행위 신고 당시 쟁의행위 기간으로 신고했어도 실제 쟁의행위에 돌입하지 않은 기간은 쟁의행위 기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 이는 “노조법 제43조의 규정에 의한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등의 문제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업무의 중단’이 발생된 경우에 그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실제로 쟁의행위에 들어가지 아니한 기간에 대해서는 동 조항의 적용과는 무관하다고 볼 것(1998.11.2, 협력68140-414)”이라는 행정해석에 근거하는 것. 이에 조정신청 이후에 채용한 10명의 용역업체 아르바이트 채용, 7명 노동자의 23일간 일시채용의 사안은 실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기 이전에 이뤄졌으므로 모두 적법하며,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용역업체 아르바이트의 채용은 사용자의 인사권한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600명의 조합원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단체교섭 결렬 △노동쟁의 통보 △조정신청 △조정중지 결정 △찬반투표 △쟁의행위 신고 △쟁의행위 돌입이 각기 다른 날 이뤄졌으며 사용자는 쟁의행위 돌입이전 각 날에 1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경우 위 행정해석에 의할 경우 사용자는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게 되고,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한 날에는 완벽하게 조합원의 수만큼 600명의 신규 채용된 노동자가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유명무실하게 된다. 또한 노동조합은 신규채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케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용자의 일상화된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가압류 조치가 이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부가 스스로 사용자의 법 위반을 유발하고, 노사관계를 극도의 대치와 악화로 조장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잘못된 “행정해석”은 지금까지의 노동부 질의회시가 노동법의 원리에 적확했던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법 해석에 치중한 결과로 발생된 것이다. 다행히 대법원 판례는 노조법 제43조상의 ‘쟁의행위 기간’이 실제로 쟁의행위를 한 기간으로부터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판시했다.

즉, 당해 규정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자가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전에 근로자를 새로 채용했어도,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업무를 수행케 하기 위한 것이고, 신규채용자에게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업무를 수행케 했다면 위 조항 위반죄를 구성하게 된다(대법원 2000.11.28. 99도317)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위 판례는 “새로이 창출된 업무의 필요에 따라 고용한 것이 아니며, 쟁의행위 이전기간에 채용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하여 노조법의 취지에 부합하게 판단하였으며, 덧붙여 현재 B사의 경우 노조는 고소뿐만 아니라 “불법파견으로 고발” 및 “대체근로금지 가처분신청”까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상담문의 : 민주노총 경기본부 031)224-9074 http://kgrc.nodong.org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