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뿐 아니라 해외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모습을 그린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다시 찾아왔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국제노동영화제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전 세계적인 저항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시선으로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개막작으로는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자의 517일 간의 투쟁을 다룬 작품 <이중의 적>이 선정됐는데 한국통신의 민영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당한 7천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의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로’ 고된 싸움을 그리고 있다. 폐막작 <레이문도>는 1976년, 군부독재에 의해 납치되고 살해당한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레이문도 글레이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세계화를 응시하는 미디어, 그 속의 노동자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자본의 세계화의 이면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노동자들의 삶, 그리고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뚫고 나오려는 노동자 민중의 다양한 저항에 구체적으로 접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화 VS 노동자’ 섹션에서 소개되는 <로제타>는 직장에서 쫓겨난 후 다시 직장을 얻었다가 다시 쫓겨나는 끔직한 일상을 반복하는 로제타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절망을 냉정하게 재현한다.

<저당잡힌 미래>에서는 초국적 자본과 국제기구들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화가 어떻게 자마이카라는 나라를 빈곤의 악순환으로 내몰았는가에 주목한다. <점거하라!>는 집 없는 사람들이 빈집을 점거해서 살아가는 매우 소박한 그러나 지극히 반자본주의적인 직접 행동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맥심, 맥더프, 그리고 맥도널드>에서는 악명 높은 기업 맥도널드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청년 노동자들의 열정에 대해 맥도널드는 지점 폐쇄로 대응한다.

주목되는 국내 작품들로는 방송사비정규노조 위원장의 삶과 투쟁을 조명하는 <必勝 version 1.0 주봉희>, 철도 산재의 실상을 고발하는 <철로 일기>, 파업 유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폐공사노조의 투쟁을 복원시킨 <노동자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 조폐공사노동조합사> 특수고용노동자 레미콘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김미례 감독의 <노동자다 아니다>, 철도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문제를 정면에서 문제제기하는 노동자영상사업단 희망의 <소금>, 인권영화제와 영상미디어센터의 사전제작 지원작품으로서 이주노동자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여정>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특이하게도 14일부터 2주에 걸쳐 금, 토요일 6일간 ‘주말상영’으로 한정된다. 노동자들의 참여를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최 측의 설명이다. 더불어 노동영화가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가를 준비하는 <이야기 마당 : 우리 삶 속의 노동영화> 행사도 개최된다. 또한 애초 영화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최근 노동계의 잇따른 분신자살 사태에 대해 현장에서 제작된 영상물 특별 상영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문의 노동자뉴스제작단 02-888-5123, www.lnp89.org/festival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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