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연대 프로젝트’. 민주노총은 지난 7월27일부터 8월28일까지 한 달여간 아시아지역 노동자 연대 강화를 목적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 현지조사를 통해 아시아노조연대회의가 개막된 5일, ‘동남아 노동운동 정세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개국은 노동운동 구조가 열악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고, 한국의 노동운동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었다. 아시아 노동운동 연대를 위해 한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 열악한 동남아 노조운동

태국의 노동운동 자체는 피폐 그 자체다.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분열, 회유, 탄압의 결과로 태국 노조들은 파편화, 노동자와의 괴리,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 6,300만명 가운데 35만명 정도가 노조에 소속돼 있을 뿐이고, 조합원 1~2만명 수준인 노총(내셔널센터)이 9개나 있고, 산별노조도 19개 있다. 노조의 힘이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97년 외환위기를 이유로 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실업자와 비정규노동자가 급증했다.

말레이시아 노조 조직률은 약 8% 수준. 노조는 650개 정도다. 전국적 수준의 노조는 민간부문에서 말레이시아노조회의(MTUC), 공공부문에서 공공부문?공무원노조회의(CEUPACS)가 있다. 말레이시아 노동운동의 특성은 정치투쟁과 파업의 개념이 거의 사라졌으며, 주된 사업이 임금인상 정도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은 독립이후 정치운동과 결합돼 매우 활발하게 전개됐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수하르토 치하에서 정부의 강압적, 폭력적 억압으로 정상적 노동운동을 하기 어려웠다. 98년 수하르토 체제가 무너진 후 노조활동의 자유가 주어졌으나 대규모 조직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필리핀은 한국의 노동운동 구조와 비슷하다. 2001년 1월 현재 1만4,606개 노조가 있고, 조직률은 10%를 조금 넘는다. 그러나 최근 파업률 저조와 조직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과 같이 노동유연화 저지투쟁, 경제특구 내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미군반대, 사유화 반대투쟁 등을 하고 있다.

* 한국 노조운동에 시사하는 점

이 같은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노조들은 한국의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민주노조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태국의 노동계는 최근 전자, 섬유, 의류, 장난감 제조, 화학, 철강 등 약 30개의 노조와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민주노조연맹을 결성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은 새로운 조직화를 위해 뛰고 있는데, 역시 한국의 노조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이 보고서에서는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노동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역사적 유사한 배경과 경제위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단결력, 강한 투쟁력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역시 공통적으로 이들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한국의 노동운동 역시 고민할 지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 진출 기업의 현지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가 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가 없었다는 것. 임금체불은 기본이고 퇴직금 떼어먹기, 구타 등 비인간적 노무관리로 한국 기업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해당 국가 노동자들은 한국의 민주노총이 한국 기업의 반 노동자적 횡포를 막아주기를 원하고 있었다”며 “향후 아시아 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해서는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횡포에 대한 공동투쟁과 민주노총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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