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부터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분석이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부처간 업무 협조 미흡과 준비 부족 등의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기획예산처가 1만8,0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조사내용’에도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다며 실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신뢰도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 업무협조 미흡, 준비 부족 =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7일부터 실시한 1차 실태조사에서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검?경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50개소) 및 산하기관(201개소)에 ‘조사표’를 전달,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5월, 조사에서 제외된 기관 때문에 공공부문의 전체적인 비정규직 규모파악이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 등을 다시 포함해 2차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는 크게 두 차례 진행됐으며 기획예산처가 주도적으로 맡아 왔다.
하지만 11월 현재 ‘비정규직 분류기준이 부처마다 상이하고 부처 담당자의 이해부족으로 조사표가 정확하게 작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정확한 통계를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분석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1만8,0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엄청난 규모의 실태조사를 하는데 앞서, 예비조사 등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고 작성과정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조사표 작성 담당자를 교육하는 등 ‘상식적인 일’이 진행되지 않는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즉, 기획예산처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인식이 없는 부처였던 만큼, 노동부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미흡했다는 것.
이와 함께 향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이 사업이 기획예산처에서 단 한 명의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정부가 소홀하게 다뤘다는 점도 이런 결과를 만든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물며 기획예산처 공보관실 한 담당자는 “기획예산처에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 조사내용은 문제없나 = 이번 실태조사가 교육받은 전문 조사관이 아닌 해당 기관 담당자가 나름대로 사업장 상황을 파악, 기획예산처로 ‘조사답변서’를 보내는 형식으로 진행돼 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산재의료원’ 조사답변서를 보면 용역근로자는 ‘0명’으로 파악돼 있는데, 의료원에서는 취사,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용역 등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실제 근무하는 비정규직이 조사에서는 누락된 것이다. 또 ‘근로복지공단’ 조사답변서에 따르면 ‘직종별 비정규직 근로조건 현황’에서 ‘재활상담, 적용심사’ 등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이 모두 단순한 ‘사무보조’ 직종에 묶여 있다.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그나마 고용형태 및 직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기관에서조차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 사법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고 등에서는 상태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정책국장은 “이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마련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 조사를 통해서는 비정규직 남용, 차별, 권리침해, 복리후생, 공공서비스 질, 근로의욕 등 비정규직이 느끼는 생생한 문제들을 끄집어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이어 “교육받지 않은 비전문가가 작성한 조사표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며 “분류의 부정확, 누락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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