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등 재벌기업들이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기능과 역할을대폭 축소하고 있다. 재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맞물리면서 구조본의 본격 해체 수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현대사태를 거치면서 구조본이 오너 지배체제의 첨병 역할로 시장에 인식돼 온 점 등이 구조본해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본 대폭 축소=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은 지난 98년 구조조정본부를 출범시켰다.

90명의 인력으로 출발했던 현대는 지난해 말 42명으로 감축했으며, 다음달 1일 다시 25명으로 줄인다.

LG구조본은 출범 당시 62명이던 것이 지난 해 51명, 올들어 42명으로줄였다.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인력이 많은 삼성은 15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들었다.

SK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감축을 단행, 당초 90명에서 30명으로 3분의 1가량으로 줄였다.

◆반기는 정부=정부의 기본 시각은 구조본이 선단식 경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제쳐두고 과거 비서실이나 종합기획조정실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정 계열사의 주식 또는 전환사채의 고가매입 등 계열사간 직·간접적 자금지원을 지시하거나 유상증자 참여 물량을 배정하는 행위, 주주총회를 무시하고 계열사 사장단이나 임원인사를 하는인사권 행사 여부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 등 재벌기업들이 발빠르게 구조본 축소에 나선 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의 구조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를 캐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간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해체놓고 논란 부를 수도=정부는 재벌해체에 따른 구조본의 해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각 그룹들은 구조본의 해체는 어렵지 않느냐는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구조조정작업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의 동일인에 대한 결합재무제표작성 등 각 계열사로 흩어진 각종 자료를 총괄적으로유지·관리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계열사 정리, 자구계획 실적 점검 등고유업무를 챙기고, 구조조정이 끝난 뒤에는 대정부 창구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구조본의 역할이 끝나면서 해체 여부를 둘러싼 정부측과 재벌기업간의 논란은 재연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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