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림 공인노무사(민주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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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회사 조직체계상 지사장, 과장, 점장 등 소위 중간관리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동시에 노조 결성준비를 위한 모임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이 있다. 사실 중간관리자들이 사업주를 대신해 조합원들을 회유하거나 업무적으로 못 살게 구는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 중간관리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 듣게 된다.
그러나 상담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가졌던 의심은 사라지고 오래된 근속년수만큼이나 성실하게 노동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당하고 부당한 인사발령을 받는 데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중간관리자에 해당하는 자가 노조 임원이거나 조합원으로 가입된 경우에는 설립신고증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 휘말려 노조가 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휴면상태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회사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상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악용, 중간관리자가 노동조합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설립신고증을 교부해준 행정관청을 상대로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서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설립신고증이 반려되어야 한다’며 이의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노동조합에 가입한 총무부 소속 ○○에게 ‘총무부서 직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이다’면서 그럴듯하게 겁을 주고,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청해도 ‘귀 노조는 불법단체이므로 단체교섭에 응낙할 수 없다. 그러나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를 노조 가입범위에서 제외시키면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할 것이다’고 하며 교섭을 거부하기 마련인데 이와 같은 회사의 행위는 신생 노조의 약화로 직결되기 마련이다.

노조법에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이하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라 함)의 노동조합 참가를 배제시키고자 하는 취지는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가 노조에 가입하여 노조의 조직,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노조의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대법원 1989.11.14. 88누6924)이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가 노동조합 가입자격이 없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기준을 비교적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를 노동조합 가입범위에서 배제시키고자 하는 법의취지가 노동조합의 자주성 보호 뿐 아니라 ‘노사교섭력의 균형확보’에도 있다고 해석하여 조합가입이 제한되는 범위를 넓혀 중간관리자급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유행처럼 번진 경영의 유연화 전략에 따라 최근 회사조직은 팀 체계 등으로 수평화 되고 하부로 권한이 대폭 이양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7~8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팀의 팀장(지점장, 부서장)이 아르바이트 고용, 구성원들에 대한 1차 인사고과, 휴가일정 조정, 연장근로 명령 등 일부 제한된 권한을 갖는다고 해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면 ‘팀장’ 직위에 있는 자는 단결권을 침해받게 되
고 노동조합은 힘이 빠져 와해될 위기에 놓일 수 있으며, 이는 행정소송까지 이어져 결국 노조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복구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장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노동부는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 해당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어 이를 회사에서 악용하기 쉬우므로 노동자들의 단결권이 제한받지 않도록 동 기준을 엄격히 구체화해야 한다.

또 원칙적으로 조합가입 범위는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노동조합 가입범위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였다는 이유로 해당자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하거나 단체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여 즉시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조합가입 범위 논란 때문에 신규노조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행정감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상담문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02)376-0001, www.workingvoi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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