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입법의 기본 틀을 짤 때, ILO에서 권고한 바 있는 국제노동기준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법적인 틀이 변화되면, 정부와 사회적 파트너들도 한국 노사관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대립적 관계의 접근법을 넘어서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ILO 사회적 대화국장 오도노반이 노사정 관계에 있어 ‘기본적 틀’이 중요하다며 각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에 앞서 강조한 사항이다. 이미 올 6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가입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 불구속 수사 확립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 쟁의를 전개할 수 있는 권리가 실제적으로 부정되는 형법 상 업무방해 조항 개정 등을 권고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28일 오후 그랜드힐튼 호텔 VIP룸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전반을 진단했던 오도노반 국장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지난달 정부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인 코멘트는 지금 당장하기 어렵다. ILO는 12월 초 대표단이 방문,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 불행한 일인데, 최근 노동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먼저 조의를 표한다. 사회적 파트너 각 주체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극단적 행동에 대해 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지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 노사관계 전반에 대해 다양한 진단들이 나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루치오 바카로 ILO 선임연구원) 한국의 교섭구조가 조율 없이 분권화 돼 있다는 것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교섭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노사갈등의 결과로 나타난다.”

-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외부인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는 상당히 곤혹스럽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아 (노사정위) 능력, 역할이 제한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략을 세우고 정책에 따라 무엇이 민주노총에게 이익이 될 지는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민주노총이 좀 더 큰 그림을 보길 바라며 참여하지 못하는 ‘장벽’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불러 경제가 어려우니 노동운동을 자제할 것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상당히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본다. 노동자가 경제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노조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 한국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정규직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어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루치오 바카로)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결책의 하나로 ‘이익대표성’을 확대하는 방향을 최근 제안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업단위 복수노조 등을 근거로 대표성을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다.”

오도노반 국장은 이번 국제워크숍에서 ILO는 한국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진단을 했을 뿐이지 이후 사회적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은 노사정 각 주체들의 ‘몫’이라며 말을 맺었다.

김소연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