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되는 <굿바이, 레닌!>을 보면 누구나 로베르토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나치수용소 안. 죽음의 길에 이르면서도 병정놀이를 하듯 우스꽝스런 걸음걸이로 어린 아들에게 이 모든 것이 ‘놀이’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주고 마지막 길을 가는 아버지의 모습. 영화 내내 실컷 웃다가도 순간적으로 가슴을 ‘싸’하게 만들던 감정선은 <굿바이, 레닌!>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류라는 말은 아니다. 이 영화는 훨씬 감각적이고 젊고 기발하다.


그 후 8개월… 그녀는 베를린 장벽과 함께 사회주의 동독이 이미 무너진 후 의식을 되찾는다.

그 기쁨도 잠시. 어머니의 심장이 약해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고 알렉스는 어머니가 아직 동독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그 거짓말이 매우 아주 기상천외하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거동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방을 동독시절의 분위기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그녀가 걸을 수 있게 되자 문제는 커진다.

어머니가 곳곳에 걸린 대형 코카콜라 현수막이나 서독인들의 무리를 대거 목격하게 되면서 코카콜라가 동독의 발명품이며 서독의 난민들이 대거 동독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뉴스를 직접 제작하는 등 그의 임기응변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는 알렉스가 헌신적으로 재기발랄한 거짓말들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그 재미가 충분하다.

또한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붕괴되는 과정이 알렉스가 제작하는 뉴스 속에서 흥미롭게 보여지고, 통일시기에도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미혼모 복지를 위한 헌법개정, 에너지 재활용 등등의 상황들을 가볍게 비추는 장면에서는 볼프강베커 감독의 블랙코미디 장르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녹여내는 능력 또한 돋보인다.

이 영화는 독일에서 625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온 독일인을 ‘동독의 추억’에 빠뜨리며 동쪽을 뜻하는 ‘오스트(ost)’와 향수의 ‘노스텔지어(Nostalgia)'가 결합된 ‘오스텔지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경계인’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던 한 재독철학자가 30여년 만에 서울에 들어서자 한국 정부는 이제 코미디의 소재로나 쓰이는 냉전시대 잣대를 들이며 구속 수감까지 했다.

아직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유일하게 살아있는, 아직도 매카시즘이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진실’속에서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