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도 든다.”(한진중 홍순익 부사장)
“노동계는 이 사건을 새로운 투쟁의 빌미로 삼을 것이 아니라…” (경총 성명)

김주익 지회장이 죽음을 맞은 지 나흘째. 벌써부터 김 지회장의 죽음을 놓고 한진중공업 경영진과 재계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니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오히려 경총과 경영진의 태도가 ‘물 타기’를 통해 본질을 흐리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 초 두산중공업 사태 때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때도 경총은 고 배달호씨 분신 이후 첫 논평에서, “노동계가 강경투쟁에 악용하려는 선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유서나 꼼꼼히 읽어보고 회개하라”고 유서를 경총에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경영진과 재계는 김주익 지회장이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훨씬 전인 9월9일과 10월4일, 40m 크레인 위에서 홀로 유서를 썼던 심정과 이유를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일까.
93억의 흑자를 내는 기업이 청춘을 다 바쳐, 힘들기로 소문난 조선소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54세 이상 노동자 650여명을 더 이상 쓸모없다며 밖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투쟁한 노조에게 돌아온 것은 손해배상,가압류 7억4,000여만원과 징계, 해고, 체포영장이다.

김주익 지회장이 고공농성이라는 극한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러한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도저히 대화로써는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판단한 지도자는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50대 늙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주고 ‘민주노조’를 이어가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두산중공업 사례에서도 보듯, 경영진과 재계의 무책임한 태도는 고인의 죽음을 욕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태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 지회장 죽음에 대해 노동계와 조합원들이 흘린 눈물과 분노를 직접 지켜본 기자로서는 경영진과 재계가 단 한번만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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