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를 지나면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아파트형 공장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소규모 공장들에는 ‘factory’라고 쓰인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어느 곳에도 인기척 하나, 기계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텅텅 빈 채로 재개발을 기다리며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7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전자, 섬유 등 홍콩의 제조업이 90년대 들어 급속한 사양길을 걸으면서 홍콩에서 생산공장을 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그들은 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것을 원하지만 이들은 보는 인식들은 적대적이다. 작년 홍콩의 총선에서는 많은 정당들이 홍콩의 매춘산업이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지적했는데 한 국회의원이 “우리 지역구에서 불결한 섹스워커들이 모여드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말해 이들의 반발을 샀다. 이 곳의 섹스워커들은 인권주간에 맞춰 모두 가면을 쓴 채로 대규모 시위를 열고 “섹스워커의 권리는 인권이다”며 행진을 했다.
지탕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섹스워커들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가는 일이 가장 먼저 시급한 일이라고 한다. 때문에 지탕에서는 호신술 강좌를 열기도 하고 섹스워커 연대체계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는 방안들을 마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포주가 가로챈 돈을 받아내는데 힘을 모으는가 하면 ‘불량손님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성매매의 불합리, 그리고 섹스워커의 보호
노동계의 시각도 아직은 여러 가지다. 이들은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는 않다.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섹스서비스는 사회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당당한 노동’이 아닌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부터 지탕과 HKCTU(홍콩노동조합총연맹), HKWWA(홍콩여성노동자회)는 이들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지만 HKCTU 조차도 이들을 조직하고 노조로 포괄하는 것은 망설이고 있다.
CAW(아시아여성위원회)의 메이블씨는 “섹스워커나 가사노동자는 비공식화 된 여성부문의 가장 큰 영역인데도 이들이 강간을 당하거나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것에 사회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사회는 그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계나 노동계도 쉽게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성 매매 자체가 가지는 불합리함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만연하고 있는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인 섹스워커들의 보호는 절실하다. 더 이상 몇몇 여성단체의 협소한 지원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은 홍콩이나 한국이나 별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의 사회적 권리와 인권의 보호를 위해 어떤 제도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답을 내리기는 두 나라 모두 쉽지 않을 것 같다.

홍콩 = 김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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