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재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조업피해와 15년째 계속된 납품가격 동결을 견디지 못해 ‘조업 중단, 자진 폐업’을 선언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전진산업의 이현우 사장은 5일 “현대자동차의 1차 하청업체인 발레오만도의 파업 등으로 지난달에 평소의 30% 수준밖에 납품하지 못해 거액의 적자를 봤다”며 “1988년부터 인상되지 않은 납품단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산업은 1일 자진 휴업에 들어가 사흘간 생산을 중단했다. 이 사장은 “자동차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4일 조업을 재개했지만 단가인상 등을 해주지 않으면 추석 연휴가 지난 뒤 다시 휴업에 들어간 뒤 폐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레오만도 이병기 상무는 “100여개 하청업체 가운데 단가를 올려준 기업이 적지 않다”며 “전진산업에서 단가 인상을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아 인상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전진산업의 납품단가 문제는 발레오만도와의 관계”라며 “현대차는 발레오만도에 대해 납품가격을 현실화했다”고 해명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 같은 원청회사와 발레오만도 같은 1차 하청업체가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린 뒤 그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해 하청업체들의 채산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를 깨뜨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전진산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전진산업은 자동차 시동모터의 내부부품을 만들어 발레오만도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종업원은 82명이며 연매출은 40억원 수준이다.

전진산업이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발레오만도는 전장(電裝·전기전자장비)부품을 만들지 못하며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도 조업차질이 불가피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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