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은행권 수신고가 50조원이나 늘었으나 기업대출이 많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수신고가 줄거나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가계대출비중이 높은 우량은행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하반기 2차 금융구조조정과 내년 예금부분보장제도 실시를 앞두고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팽배,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여신의 74%를 담당해온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산업자금 파이프라인 역할이 아예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총수신고는 7월말 현재(이하동일) 28조1621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1조910억원, 지난 3월에 비해서는 무려 2조3516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의 총수신고는 51조3055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5555억원이 늘어났으나 3월말에 비해서는 1조4791억원 감소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총수신고는 37조855억원으로 4개월사이 1364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들 3개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이원화대출금을 기준으로 7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처럼 자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자금공급줄이 막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은행의 총수신고도 16조7599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49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총대출대비 가계대출비중이 79.2%에 달하고 대기업여신비중은 5.2%에 불과한 주택은행의 경우 총 수신고는 50조5575억원으로 작년말보다 무려8조9430억원이 늘어나 대조를 이뤘다.

또 대기업여신비중이 15.5%인 국민은행도 총수신고가 67조2339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9조1336억원이 증가했다. 우량은행인 하나와 신한은행도 같은기간 각각 2조8462억, 3조8029억원이 늘어났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본부장은 “올 상반기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50조원이 순유입됐으나 이중 기업대출로 나간 자금은 20조원정도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가계대출이나 국공채매입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해온 종금사와 투신사로부터 빠져나간 돈이 기업자금으로 유입되지 않아 기업들로서는 사실상 30조원을 회수당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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