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계 새 쟁점

정부와 산하단체(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들이 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잇따라 대정부 협상에 나서는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 잇따르는 비정규직 노조의 대정부 교섭=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에서 일하는 직업상담원 노조가 노동부를 상대로 지난 7일 임금협상을 벌인 데 이어,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도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2차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직업상담원 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과 ‘고용불안 해소’ 등의 요구조건을 제시했으나 노동부는 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와 노동부는 오는 13일 2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정종우 위원장은 “비정규직 임금은 기획예산처의 예산항목에서 ‘일용잡급’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 비정규직 차별을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4월말 설립됐으며, 지난 5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 현황파악조차 못하는 정부=정부는 아직껏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기획예산처는 올 상반기까지 203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조사해 노동부·행정자치부와 함께 정부 차원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비정규직 기준과 통계치가 정부 부처마다 다른 데다, 각 부처의 비협조로 실태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등 다른 정부부처도 비정규직 문제는 예산과 관련된 일이라며 기획예산처에 떠맡겨둔 채 팔짱만 끼고 있다.


◇ 열악한 노동환경=민주노총 공공연맹·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공공부문 사업장 34곳의 파견·용역직 2588명을 조사해 지난 6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직종별로 37만~62만원에 그쳤다. 현행 최저임금인 51만4150원에 못 미치는 곳도 12곳에 이르렀다.

주당 44시간 노동시간 규정을 넘기는 경우가 전체의 50%에 이르렀고, 경비직의 경우는 주당 노동시간이 101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연맹 이상훈 조직국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와 정부산하기관들 역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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