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임단협이 주5일 근무제 등 쟁점들에서 노조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형태로 타결돼 이후 노사관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5일 저녁 11시께 주5일 근무제 9월1일부터 실시, 비정규직 처우개선, 고용안정 보장, 임금 9만8,000원 인상, 성과급 200%, 생산성 향상격려금 100%+1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교섭 막바지에 몰리면서 핵심쟁점을 형성하던 주5일 근무제 조기실시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대해 회사가 잇따라 전향적인 안을 내놓음으로써 타결에 이를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이 계속되면서 이미 재고물량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정치적 파급력보다는 더 이상 파업이 장기화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임단협을 앞두고 한달 물량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분파업이 40여일을 넘기면서 바닥나기 시작했고 노조요구를 수용할 지불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재계의 대리전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핵심쟁점이 미처 해소되기도 전에 큰 폭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았으나 노조가 핵심 쟁점 관철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결국 교섭 막바지에 이들에 대한 양보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로써 노조는 3대 요구안을 상당부분 관철시킨 데다 9년 연속 부분규 타결한 현대중공업보다 높은 임금인상을 따냈다. 또 올해 임단협에서 노무현 정권 출범초기 개혁적 분위기를 이용, 주요한 정치적 요구를 내걸었던 노동계도 현대차노조의 선전으로 상당한 성과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주5일 근무제 9월 실시 합의= 법제화를 앞둔 주5일 근무제 조기실시 여부는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안이었던 만큼 노사간 힘 겨루기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회사는 이날 '법시행 이후 실시'를 포기하고 '10월1일 실시'를 내놓았으나 노조는 중소사업장이 모인 금속노조가 이미 10월 시행을 합의한 사실을 들어 이보다 앞선 시행을 요구했고 결국 9월 시행에 합의했다. 회사로서도 이미 96년부터 42시간을 실시하고 있는데다 2001년 단협에서 '기득권 저하 없는 실시'를 합의한 상태여서 노조요구를 계속 거부할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

이에 따라 '동종업계 실시와 동시 실시'에 합의한 쌍용차 등 다른 자동차 업계 노조들도 9월을 전후로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들어가게 됐으며 금속노조에 소속된 자동차부품사들도 '완성차보다 먼저 실시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노동계에 유리한 형태의 주5일 근무제가 조기 실시됨에 따라 법제화를 위한 노사정 협상에서도 노동계에게 유리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합의= 노조는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남겼다. 노사는 별도 합의서를 통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임금 7만3,000원 인상, 성과급 200%, 생산향상 격려금 100%에 합의했다. 또 근속, 유해, 고역 수당을 적용하고 경조휴가 등을 신설했으며 하청업체 사장이 교체되더라도 고용을 승계하거나 타 업체로 고용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지난해 8% 임금인상이 임단협 타결이후 노사협의 형태로 이뤄진 것과 달리 올해엔 노조가 정식 요구안으로 내걸고 임단협 석상에서 공식 합의함에 따라 '직접고용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교섭대상이 아니다'던 회사와 재계 주장을 무색케 했다.

또 대규모 사업장에서 원청이 하청의 임금조건에 대해 공식 합의한 사례를 남겨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다른 대공장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노동계의 비정규직 제도개선 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노사는 △공장 합병이나 이전시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 노사 공동 결정 △정년 57세 보장 등 노조 경영참가에 합의했다. 또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자동차공업협회와 완성차 노조들이 참여하는 협의회 구성을 노력하기로 해 노동계와 재계가 산업정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한편 현대차 임단협이 타결됨에 따라 같은 그룹사인 기아차 임단협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5일 열린 교섭에서 회사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생산성 향상 5% 등 조건을 제시하긴 했지만 실시 시기와 관련, 현대차와 동일한 9월1일 실시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사실상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실시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기아차가 전제조건을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임금 등 교섭 전반에서 현대차 타결내용 수준의 수정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노조도 9일까지 정상조업에 임하면서 집중교섭기간을 갖기로 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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