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스탠더드를 준거로 노사관계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시장에 관한 한 재계가 글로벌스탠더드로 꼽는 미국처럼 해고를 유연하게 하는 방안이 제시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개혁 방안은 이미 ‘친노동적’이란 평가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재계의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요구를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최근 노사관계 개혁방안의 주요 내용으로 노동기본권 신장 및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개선의 목표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것.

기업의 해고는 보다 유연하게 하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안정성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선진국 수준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단시일내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계의 요구대로 해고 요건부터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리라는 논거로는 정부가 노동기본권 신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법ㆍ제도개선 사안이 친노동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재계는 정당한 쟁의 범위 확대, 필수공익사업 범위 조정 및 직권중재제도 개선, 복수노조 허용 등의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친노동적인 정책이라는 불만을 줄곧 쏟아내고 있다.

이때문에 노동시장에 관해서는 정부가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부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노사관계를 개혁하되 그중에는 노동계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사용자측에도 유리한 사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시장 유연성 확충에 대해서는 노동계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반면 재계는 미국 등을 사례로 들며 해고 요건 완화를 강도높게 요구해왔기 때문에, 정부도 재계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해고와 연관된 법ㆍ제도와 관련, 재계는 정리해고시 노조와의 협의 절차를 합리적으로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재계는 1998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된 이후 정리해고 60일전에 통보해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토록하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정리해고가 가능토록 돼있는 현행법 때문에 고용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협의 기간을 30일로 줄이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부당해고로 고발된 사용주에 대한 형사상 처벌 조항도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항인데다 이 때문에 외국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이유로, 재계가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해고 등 고용관련 법ㆍ제도를 보면 미국보다는 경직돼있으나 독일 등 유럽국가에 비하면 유연한 상황으로 글로벌스탠더드로 제시할만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으나 “최근 세계적으로 해고를 유연하게 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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