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전국학습지노조 위원장)

노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년에 두, 세 번 있는 노조 수련회를 가능한 한 일상의 피로와 긴장감을 풀 수 있는 기회로 만들려 하지만 이 또한 녹녹치 않다.

수련회 할 때 항상 산이 있는 장소를 추천하지만 일정상 등산하기 어려운 객관적 조건, 산에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 등등의 이유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간부들에게 나는 산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산 매니아도 아닌데다가 특히 노조를 하면서는 산에 가본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오래되어 산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고심하다 산에 대한 지식은 짧지만 몇 번이고 가고 싶은 산이 있어 써보려고 한다. 바로 축령산이다.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어떤 사물이나 장소에 대해 첫인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 곳에 처음 간 것은 6년 전쯤인 것 같다. 워낙 오래되어 기억은 희미하지만 산에 대한 느낌은 참 강하게 남아있다. 따뜻함과 촉촉함 그리고 오솔길을 한참 걷다 온 느낌이었다. 이맘때 비 온 직후에 가서 그랬는지 나무와 풀의 향기도 그득했던 것 같다.
그 후 한참 못 가다 작년 여름 간부수련회 때 다시 찾게 되었다. 그 때도 비가 적당히 내린 뒤였다. 두 번째 갔을 때 느낌은 산에 오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다지 험한 산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오를 때는 산책하는 기분이다. 나무숲이 울창하게 있어 숨쉬고 있으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가다보면 큰 바위가 나와 밧줄을 의지하여 오르는 곳도 있어 걷기만 하는 지루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리고 능선을 타게 되는데 능선을 타면서 가는 내내 앞뒤 아래로 펼쳐지는 절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강원도와 가까운 경기도라 주변에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강원도의 산처럼 산이 깊고 수려하다. 한참 올라가다 보면 아래로 가평, 양평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여 시야가 탁 트여 마음까지 화통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더 올라가면 밑에 구름이 있다. 구름에 떠있는 동안 잠깐이지만 속세를 떠나있는 것 같다. 이 때 잠시 바위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보기를!
정상을 지나 내려오다 보면 어디쯤에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넓은 갈대밭도 나온다. 여름이라 갈대는 볼 수 없었지만 갈대밭에서 좀 쉬다 내려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을에도 한 번 와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렇게 산을 느끼며 내려오면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정신적인 피로는 많이 풀리게 된다.
짧게 산에 대한 느낌을 써봤는데 이 느낌이 읽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다.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휴가 기간 동안 온전히 쉬기도 힘들고 멀리 갔다오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라도 가족, 친구, 동지들과 휴식의 시간을 꼭 갖기를….


※ 축령산 찾아가기

→ 마석 터미널이나 마석역에서 축령산행 버스를 타고 자연휴양림 입구인 외방리에서 내린다. 승용차로 가려면 청량리에서 망우동을 지나 구리시에서 6번 국도를 타고 도농을 지나 46번 경춘국도로 금곡과 마석, 입석을 지나 외방리 자연휴양림 입구로 간다.

높이 879m로, 조종천과 수동천 사이에 솟아 있다. 산기슭에 잣나무숲이 울창한 자연휴양림과 조선시대 남이 장군이 심신을 수련했다는 남이바위·수리바위 등의 기암이 있다. 가평군 상면 산기슭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산행은 자연휴양림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를 지나 휴양림을 벗어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능선에 올라 독수리바위를 지나 30여 분 더 올라가면 남이바위가 나오고 남이바위에서 칼날 같은 바위능선을 타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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