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여름투쟁이 한고비를 넘고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노동계의 투쟁수위는 조금씩 낮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노동계 투쟁이 하나둘씩 마무리 되고있긴 하지만 그 뒤안길에는 노정갈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실만을 놓고 본다면 올해 노동계의 상반기 투쟁은 중반전을 지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부산, 대구, 인천 지하철 노조 등이 주축이 된 궤도연대의 투쟁도 끝이 났고, 조흥은행노조도 노사합의와 함께 파업을 접은 상태다. 여기에 철도노조 파업도 정부의 초강경 대응과 맞닥뜨리면서 파업을 접은 상태다. 물론 아직도 현대차노조와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의 투쟁이 진행중이거나 준비가 되고 있긴 하지만 노동계의 여름투쟁의 집중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노동계 투쟁의 집중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이번 노동계 투쟁이 다양한 쟁점을 둘러싼 다양한 노조들의 투쟁이 시기적으로만 연결돼 있었다는 특성에도 기인하고 있는 것 같다. 개별 쟁점들이 해결되면서 연쇄반응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투쟁 집중력이 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동계 투쟁들이 하나씩 정리돼 나가면 노사관계가 평온을 되찾을 것인가? 여기에 또다른 숙제가 도사리고 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노사분쟁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수 있지만 노사관계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갈등이 커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바로 노정간 갈등구조가 서서히 무게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노동계와 정부간의 관계는 그동안 탐색전의 시기를 거쳤다고도 볼 수 있다. 신정부는 출범초기부터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 협상을 통한 분쟁해결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노동계의 연쇄투쟁이 이어지면서 정부 내에서는 불법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정부가 불법파업이라며 수천명의 조합원들을 대량 징계하는 데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라도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를 정리한다면 합법영역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풀도록 지원을 하되,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의 채찍을 들 것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총리주재 정책조정회의에서는 금속산업연맹과 보건의료노조 등의 임단협 투쟁에 대해 노사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이뤄지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되,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동정책의 부분적인 변화에 대해 노동계의 정부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를 칭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량징계, NEIS 반대 연가투쟁에 참여했던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대량징계 등으로 노동계 내에는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정부 초기만 해도 정부의 개혁정책을 압박하는 기조였던 것이 이제는 대정부 투쟁의 성격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기조는 노사관계, 특히 정부 노동정책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계의 비판적인 대응수위가 높아지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정 협의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조건은 또 다른 불안정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점을 고려한다면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도 균형감각을 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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