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조흥지부의 이번 파업은 당초 목표로 했던 일괄매각을 철회시키지는 못했으나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는 게 노동계와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먼저 3년간 고용보장은 물론 합병은행의 CEO를 조흥출신으로 임명하고 최대 쟁점이었던 통합은행 이름도 조흥은행을 유지키로 하는 등 일괄매각을 제외하고는 노조 요구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또 임금수준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인상, 신한은행 수준에 맞추기로 하면서 근로조건도 끌어올렸다. 게다가 이번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면책조건도 확보했다.

이는 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참여가 날을 더할수록 늘어나는 등 공권력 투입 경고 등 정부 강경책에 맞서 노조가 완강히 버틴 결과라는 평이다. 17일 3,500여명으로 시작된 광교 조흥은행 본점 농성장의 파업대오는 18일부터 지방조합원이 상경, 이날 오후부터는 비조합원을 포함해 6,000여명이 파업농성장을 지켰다. 이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 가스통을 배치하는 등 결연한 투쟁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미 빠져 나온 전산직 조합원은 물론, 19일에는 경찰 보호아래 비상근무 중인 전산조합원마저 파업에 동참시킴으로써 전산망 중단이 가시권에 접어들자 다급해진 정부와 신한지주회사가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조 일부에선 지도부가 일괄매각 철회 요구를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조흥지부 조합원들은 일괄매각 철회 이외의 대안을 생각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매각을 수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초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기로 사전에 금융노조와 조흥지부간 논의가 있었으나 합의안 도출 뒤 분회장 회의에서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한 데서도 엿볼 수 있었다.

어쨌든 23일 전산망 중단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권력 투입과 조흥은행 지불 중지에 따른 정부의 영업정지 명령 등 최악의 수순을 앞두고 이번 합의는 노사정 모두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평이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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