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동조합이 18일 전격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예금 인출과 일부 점포 마비 등으로 은행 영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는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매각 원칙을 바꿀 수 없다고 못박고 1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매각을 마무리짓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이에 반발해 당초 30일 결행할 예정이었던 총파업을 4∼5일 앞당기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노조 간부 16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노-정 대충돌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 허흥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은 18일 서울 광교 조흥은행 본점 주차장에서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노조원 5천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강행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총 이 위원장은 "정부가 조흥은행의 독자 생존 약속과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국민적 합의와 단계적 분할 매각이라는 민영화 계획을 모두 뒤집었다"며 "조흥은행 지부에 무기한 총파업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의 전면 파업 돌입에 따라 영업 및 전산인력 부족으로 전국 각 지점의 창구에서는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조흥은행의 전국 471개 점포 중 신촌.도화동.신설동.청량리.행당동 등 50여 지역점포가 문을 열지 못했고 영업에 들어간 점포도 인력 부족으로 단순 입출금 업무이 외에 외환 또는 대출 업무는 엄두도 내지 못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점포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개인 고객 상당수가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사태가 빚어져 창구가 일대 혼란에 빠졌고 기업 점포 10여 곳도 정상영업을 하지 못했다.

노조의 총파업 돌입과 함께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논현동 중앙전산센터 소속조합원 300여명이 출근하지 않고 지방에 위치한 제3의 장소에 집결해 전산망 정상가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측은 야근요원 60명에 대체요원 50명을 추가, 총 110명의 비상 대기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노조측은 "인력이 부족해 19일에는 전산망이 완전 마비될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분산매각은 1조원의 공적자금 회수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으며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19일 공자위를 열어 매각을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이기배 검사장)는 조흥은행 노조 파업과 관련, 허흥진 위원장과 지부장 등 주요 간부 16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불응할 경우 즉각 체포영장을 청구, 검거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노총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흥은행 파업에 맞춰 한국노총 총파업을 오는 30일에서 4∼5일 가량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조흥은행 파업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한국노총은 노사정위를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 총파업 여파 조흥은행 영업점 마비

대부분 영업점 일손 놓은 상태
계약직·임시직 직원 긴급 투입


조흥은행은 18일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본점을 포함한 대부분 점포의 업무가 마비됐다.

본점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전국에서 모여든 노조원들과 함께 건물 안팎 여기저기에 모여 있고 대부분의 점포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거나 영업점장과 몇몇 계약직 직원만 자리를 채우고 있다.



△ 조흥은행 총파업이 시직된 18일 오전 광교 조흥은행 본점에 게시된 안내문을 한 시민이 읽고 있다.


거점 점포와 일부 기업 및 PB 고객 대상 점포 70여개는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창구만 열어 놓은 채 기존 업무와 다른 점포 거래 고객들의 항의까지 처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 본점에는 티셔츠를 맞춰 입고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노조원들이 광교 쪽쪽 문만 남기고 출입구를 모두 막고 출입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다.

갑자기 파업에 들어간 탓에 미처 옷가지들을 챙겨 오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가족들이 짐을 들고와 건네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본점 주차장 및 건물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노조원들이 곳곳에 흩어져 쉬고 있다.

전날 밤을 샌 탓에 이들은 은행장실, 사무실, 복도와 지하주차장 출입구에까지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본점 직원은 업무 처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자리를 비우거나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하고 있어 사무실은 휑한 분위기다.

총파업 대책본부 등에서는 미처 삭발식에 동참하지 못한 노조원들이 머리를 깎기도 했다.

◆ 본점 영업부는 외부로 통하는 문을 모두 닫아 놓고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근무 인원 75명 가운데 비조합원 10명 가량이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한 시간에 100여통씩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만 응대할 뿐이고 CD/ATM 기기도 켜지 않았다.

몇몇 조합원이 들어와 누워 자거나 모여 앉아 파업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고객들은 찾아왔다가 밖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거나 거점 점포를 찾아가기도 했다.

영업부를 찾은 고객 이모(60)씨는 300만원 가량 인출하러 왔으나 출입을 저지당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파업한 줄 모르고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 깜짝 놀랐다"며 "파업이 오래 가면 내 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영업점은 거점점포여서 문을 열기는 했지만 대부분 직원이 빠져나오고 영업점장과 몇몇 계약직원만 남아 일부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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