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는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을 매일 끄집어내다보니 하루하루가 길기만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식 잃은 마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는가”라며 고통스러워했다.
곁에 있던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49)씨도 “지난해 이맘때 마라톤 대회 군예선을 통과했다고 수줍게 자랑하던 효순이 얼굴이 아직 눈에 선하다”며 “중3이 된 효순이 또래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봐 학교 근처에는 일부러 잘 가지 않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사고 미군 마크 워커 병장과 페르난도 니노 병장을 용서했는가라는 질문에 신씨는 “그들을 용서했다고 하면 내가 위선자일 것”이라며 “1,2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신씨는 10일 주한미국대사관을 방문,토머스 허버드 대사를 만나 당시 사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이미 미국 법대로 재판이 진행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심씨는 “미국법이 그렇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미국에 지배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섭섭했다”고 털어놨다.
1주기를 맞아 추도회 국민준비위원이 13만명을 넘겼다는 소식을 전하자 신씨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그렇게 참여했다니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다”며 “촛불시위가 시작된 뒤부터 미선이,효순이는 단지 내 자식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 내내 말이 없던 미선양의 어머니 이옥자(46)씨는 딸의 사진첩을 한장 한장 넘기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죽어야 섭섭한 마음이 잊혀질 것입니다. 가슴에 묻은 딸인데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눈물을 닦아내렸다.
양주=권기석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