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효순·심미선(당시 14세)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지 1년. 세상은 추모제니 촛불시위니 해서 떠들썩하지만 자식잃은 부모의 애끓는 마음은 1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다.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49)씨는 11일 “자식을 잃고도 살아 있는 내가 죄인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심씨는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을 매일 끄집어내다보니 하루하루가 길기만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식 잃은 마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는가”라며 고통스러워했다.


곁에 있던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49)씨도 “지난해 이맘때 마라톤 대회 군예선을 통과했다고 수줍게 자랑하던 효순이 얼굴이 아직 눈에 선하다”며 “중3이 된 효순이 또래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봐 학교 근처에는 일부러 잘 가지 않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사고 미군 마크 워커 병장과 페르난도 니노 병장을 용서했는가라는 질문에 신씨는 “그들을 용서했다고 하면 내가 위선자일 것”이라며 “1,2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신씨는 10일 주한미국대사관을 방문,토머스 허버드 대사를 만나 당시 사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이미 미국 법대로 재판이 진행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심씨는 “미국법이 그렇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미국에 지배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섭섭했다”고 털어놨다.

1주기를 맞아 추도회 국민준비위원이 13만명을 넘겼다는 소식을 전하자 신씨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그렇게 참여했다니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다”며 “촛불시위가 시작된 뒤부터 미선이,효순이는 단지 내 자식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 내내 말이 없던 미선양의 어머니 이옥자(46)씨는 딸의 사진첩을 한장 한장 넘기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죽어야 섭섭한 마음이 잊혀질 것입니다. 가슴에 묻은 딸인데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눈물을 닦아내렸다.

양주=권기석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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