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지난 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오리온 전기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민주노총계열의 전통적인 ‘강성 노조’로 알려진 오리온 전기 노조는 지난 5일부터 경영진과 함께 정상화 자구팀을 꾸린데 이어 지역 국회의원, 구미시장, 각급기관단체장을 찾아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또 노조간부들이 직접 하청업체들을 방문해 원자재를 공급해 달라고 호소하고 직원들과 함께 거래업체를 찾아 납기일 준수 등을 약속하며 영업을 돕기로 했다.

생산성을 높여나가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면 구조조정에도 협조한다는 자세다.

이 회사 노조 배재한 위원장은 “지금까지 경영진과 노동자들의 뿌리깊은 불신이 회사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막다른 상황에 놓인 지금 옛 일은 다 접고 조합원과 회사가 함께 사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백인수 수석부위원장은 노조가 지난 해 10월부터 60여일의 파업에 돌입해 회사의 부도를 부채질 했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의 파업은 회사 쪽이 회생전망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한데 따른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도 “이제는 단순히 조합원의 권익을 지킨다는 차원을 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의 파트너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리온 전기는 단지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 가족을 포함 5만여 명의 생계가 달린 구미 지역 전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리온 전기 허웅 상무도 “그동안 노조의 무리한 투쟁도 문제였지만 경영상의 잘못도 있었다”며 “경영진과 노조가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합심해서 회사살리기에 나선다면 충분히 회생전망이 있다”고 반겼다.

한편 오리온 전기는 컬러브라운관, 컴퓨터용 모니터, 벽걸이 티브이, 액정 표시장치 등을 생산하는 구미지역의 대표적인 전자회사 중 하나로 노동자 2100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뒤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경영위기를 맞았으며 여러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친 뒤 지난달 30일 사스 여파등으로 중국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최종부도 처리됐다.

부도 이후 협력업체들이 대금 지불을 요구하며 원자재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공장가동을 못하고 있다.

구미/박영률 기자 ylpak@hani.co.k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