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도 생소한 이들은 자치단체의 식당에서 일하는 보조원, 도로를 관리보수하고 하수도를 치우는 수로원, 눈을 치우는 준설원,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행정사무부서 보조원들이 대체로 이 범주에 들어간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각급 행정기관에서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박봉속에서도 온갖 궂은 일들을 해온 이들이 자치단체들에 맞서 ‘해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해 마흔 세살의 정동식씨. 그는 경기도 평택시청 소속의 수로원이다. 오전 9시면 어김없이 평택시청에 나와 구멍난 도로를 보수하고 도로 표지판을 정리하러 길바닥으로 나선다.

여름철에는 장마에 대비해 막힌 하수도를 뚫고 겨울에는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런 정씨의 출근길이 시청내의 농성텐트로 바뀐 것은 지난 1월15일부터다.

월 120만원의 ‘살인적 임금’이 10년째 이어지자 임금인상을 요구했는데 되돌아온 것은 민간위탁에 따른 해고통보였다.

월급이 적어도 아이들의 교육비는 줄이지 않겠다던 그는 두딸의 학원비도 끊었다. 해고 이후 한달에 받는 실업수당 60만원이 전부인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눈물지었다.

그는 “많은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심 만큼은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며 142일째 계속되어온 시청내 농성텐트로 발길을 옮겼다.

농성과 마찰=현재 경기도내에서 단체교섭 중 해고된 상용직 노동자와 환경미화원은 40명. 노조원이 아닌 비정규직과 해고 예정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40여명에 이른다.

시·군별로는 평택시가 민간위탁을 이유로 수로원과 준설원 21명을 해고했고 환경미화원 60명 역시 이달말에 해고할 예정이다.

안양시에서는 한의사 1명과 치과의사 1명, 간호사 10명 등 12명이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됐고 수원시는 비정규직 12명이 해고됐고 비조합원 240명도 해고됐다.

이밖에도 안산시에서는 민간위탁된 업체의 환경미화원 6명과 파주시 역시 민간위탁된 환경미화원 1명이 각각 정년을 넘어섰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다.

대규모 해고에 반발한 노조원들의 반발도 커, 현재 안양시를 비롯해 과천·평택·화성·김포시 등 6개 시청사안에서 수개월째 농성 및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달 1일부터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상급기관인 경기도의 조정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한달여만인 지난 지난 3일 경기도에 의해 강제철거(사진)됐다.

수원시도 노조원들의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했지만 다시 천막농성을 준비하는 등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쟁점은 무엇인가=현재 상용직 등이 노조를 만들어 경기도내에서 단체교섭을 진행중인 곳은 모두 19개시·군이며 이들 조합원수는 1429명에 이른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과 △민간위탁시 노동조합과 합의 △정년연장을 통한 신분보장과 고용안정 △노조 전임자 배치 등 노조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그러나 △민간위탁은 노조와 합의대상이 아니고 △해고자 복직은 절차에 따른 해고였고 법의 판결이 나면 개별 복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노조 전임자는 인정할 수 없고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 정년이 56세인 만큼, 정년 연장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왜 장기화되나=우선은 행정기관의 ‘배째라’식의 무원칙한 대응과 기준에다 노조에 대한 자치단체들의 편향된 인식이 사태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평택시에서 해고된 수로원 21명은 노동부에서 지난 2월12일 원직복직명령을 받았지만 평택시는 대법원까지 해고무효소송을 끌고 가겠다고 밝혀 법을 무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화성시는 조리원 등 임시직 노동자 6명을 해고 대신 상용직화하기로 했지만 수원시는 반대로 이들을 전부 해고하는 등의 해고기준도 제각각이다.

문제는 노조인정이다. 한 부단체장은 “노조를 인정하면 앞날이 더 골치아프다”며 교섭에 소극적인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해결방법은 없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용직 노동자들의 상급단체인 경기도 노동조합은 시·군 상급기관인 경기도에 조정을 요구하지만 경기도는 수수방관이다.

정흥재 경기도 고용안정과장은 “경기도가 일정한 준칙을 만들어달라는 일부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체 해결원칙이 대세라 도가 나서서 조정할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인수 경기도 노조 조사법률국장은 “문제는 경기도와 시·군들의 노조에 대한 인식”이라고 한다. 그는 “경기도청 정문앞에서 한달 내내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손학규 경기지사의 얼굴 한 번 못봤다”며 “도와 시·군이 서로 책임을 미룬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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