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최루탄 사용을 검토키로 한 것은 역사를 퇴보시키는 일이다. 최기문 경찰청장의 말대로 시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루탄 사용은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5공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그와 같은 시위는 아주 드물며 1998년 9월 이후 최루탄을 쏘지 않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발사 경험자가 없어 돌발상황의 대처체계가 미흡하고 장비 노후화가 가속되는 것이 최루탄 사용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구미에서도 세계화 반대시위 등에 최루탄을 쏜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주 극렬하고 폭력적인 경우에 한하는 일이다. 최루탄은 불법 집회ㆍ시위로 인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ㆍ신체와 공공시설 안전에 현저한 위해요인이 있을 때만 사용하게 돼 있다. 또 위해 발생을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인명 살상용이 아닌데도 최루탄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최루탄을 쏘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폭력시위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경찰은 노무현 정부 들어 새로운 경비ㆍ경호시스템을 운용해왔다. 또 신고한 집회에는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참가자들을 무차별 검문검색도 하지 않는, 자율적 집회시위 관리지침을 만들어 5월1일의 전국노동자대회부터 적용하고 있다. 주최측에 질서유지 책임을 부여한 이 지침은 서울 대구 전남경찰청 등 3군데에서 시범운영돼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점차 성과를 얻고 있다. 최루탄 사용 검토는 이 같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집회ㆍ시위의 주최측은 경찰이 왜 최루탄 사용을 거론하게 됐는가를 잘 알아 과격ㆍ폭력 시위가 없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인 선진 집회시위문화는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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