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12.1%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10.7%와 0.8%이다. 대량실업과 임금삭감으로 점철된 1998년을 되돌아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낯익은 주장이 재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99년 임금인상률 12.1%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친 11.5%를 0.6%포인트 넘었고, 이런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96년 64.2%를 정점으로 97년 62.8%, 98년 61.3%, 99년 59.8%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97년은 임금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 못 미쳤기 때문이고, 98년은 대량실업으로 노동자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8년보다 노동자수가 증가했고, 임금인상률도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0.6%포인트 상회했다는 99년에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답은 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보고서>가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노동자 499만명(99년 기준)만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자 수는 98년 1219만명에서 99년 1252만명으로 늘었고, 한국은행에 따르면 피용자보수총액은 98년 202조원에서 209조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피용자보수총액을 노동자수로 나눠 1인당 월평균 임금을 계산하면, 98년 137만8천원에서 99년 139만2천원으로 1만4천원(1.0%) 증가했다.

이렇게 지난해 임금인상률이 1.0%밖에 안 되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11.5%에 크게 못 미침에 따라, 노동자 수는 늘었음에도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한 것이다.

더욱이 노동부 발표대로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노동자 임금이 98년 142만7천원에서 지난해 159만9천원으로 17만2천원(12.1%) 증가했다면, 임시·일용직 및 10인미만 사업체 상용노동자 임금은 98년 134만7천원에서 지난해 125만5천원으로 9만2천 원(-6.8%)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10인이상 사업체 상용노동자의 임금인상률 12.1%는, 기업이 최근 경기회복에 기존 인력의 초과근로로 대처하면서 초과급여가 31.0% 증가했고, 아이엠에프 경제위기로 삭감했던 상여금이 다시 지급되면서 특별급여가 28.3% 증가한 반면, 정액급여는 6.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임시·일용직 등의 임금이 6.8% 감소한 것은 극도로 임금이 낮은 싸구려 일자리가 대량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소득분배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올해 임금인상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한국개발연구원 1/4분기 전망치 11.0%)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확산과 맞물려 깊어지고 있는 임금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시(계약)근로의 사유와 절차를 제한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체화하는 등 비정규직 보호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현재 유명무실화된 최저임금제를 현실화하여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고, 기업별 교섭체계를 산업별 교섭체계로 전환하고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하며, 세제개혁과 사회보장제도 확충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올바른 정책이 수립될 수 없다. 하지만 노동부가 작성해 발표하는 통계는 대부분 10인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어, 요즈음처럼 비정규직이 널리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료 가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정부는 전체 노동자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는 방향에서 각종 노동통계와 지표를 새로이 정비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6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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