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원·달러환율)이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원·달러환율은 지난 6월초 1110원대로 주저앉은 이후 지금까지 계속 지루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환율이 이처럼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수입및 수출업체들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환율 등락폭이 적은데다 거래물량도 줄어들어 외환딜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지난 6월5일 1117.40원을 기록하며 1110원대에 안착한 이후 지금까지 1120원대를 넘긴 것은 6월19일(1122원)단 하루뿐이었다.

대부분 하루 0.2∼9원의 등락속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23일에도 원·달러환율은 전일대비 0.60원 오른 1114.60원을 기록했다.

한은 외환시장팀은 “최근들어 환율이 안정적인 것은 엔·달러환율 등 외부변수나 국내경제동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외환수급에 따라 움직이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러공급요인인 외국인들의 주식매입자금이나 수출대금유입이 큰 폭으로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수요 요인인 수입결제대금과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경제조사팀 김기석조사역도 “동남아국가들이 정치불안 등으로 환율이 급등락하고 있으나 원·달러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라며 “현재로서는 수급균형을 깨뜨릴 만한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달러를 보유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환율안정의 영향으로 이를 계속 보유하거나 중앙은행에 상환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5월 현물환기준으로 달러거래량은 하루평균 25억2400만달러에 달했으나 8월들어선 19억4400만달러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환율안정세가 계속 진행될 지 여부에 대해서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일부에서는 환율급등락에 대비, 어느정도 위험회피(헷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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