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팎의 신당 창당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 진보성향 단체들과 총선후보 단일화 및 입당 운동을 추진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민노당의 이런 시도는 전농의 정치세력화 및 한총련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움직임과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민노당과 전농은 지난 3월19일 권영길 민노당 대표와 정현찬 전농 의장이 만나 연대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양쪽 사무총장이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나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하는 등 실무 차원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양쪽은 그동안 독자적 정치세력화 방침에 따라 지역별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해온 전농의 회원들이 민노당 후보로 나서거나, 민노당 쪽과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농은 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조직적으로 민노당을 지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강병기 전농 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은 “민노당이 과거보다 좀더 열린 자세로 나온다면, 전농과 민노당의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또 한총련 소속 전국 60여개 대학에 민노당 학생위원회를 설치하고 학생회 쪽과의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가 밝혔다. 민노당은 일차적으로 한총련 간부들을 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원가입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총련 관계자는 “이미 11기 한총련 간부 상당수가 당원으로 가입해 있다”며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당원가입 운동을 벌여 실질적인 민노당 지지세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11기 한총련 지도부는 민노당 당원이기도 한 정재욱 의장을 비롯해, 민족해방(NL) 계열 중에서도 한총련을 대중적 학생조직으로 만들 것을 주장하는 이른바 ‘혁신 계열’로 구성돼 있다.

민노당은 이밖에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사회민주당을 비롯해 사회당과 녹색평화당 등 다른 진보성향 정당 및 청년·여성단체 등과의 연대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노당은 이와 함께 천영세 부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 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3만여명인 당원을 10만명으로 늘리고 당원 참여를 확대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한 당 발전안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범노동계와 농민·학생·여성 등을 망라한 광범위한 연대를 준비 중”이라며 “이달 중 ‘2004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진보진영 릴레이 토론회’ 등 진보진영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당내·외 논의를 활성화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민노당 용산지구당 위원장은 “과거에는 진보진영이 민족해방 계열과 민중민주(PD) 계열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경계가 점차 허물어져가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약진하고 있는 개혁세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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