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빚어진 물류대란 사태가 정부의 대폭 양보로 일단락됐다. 이번 경우에도 두산중공업과 철도 분규에 이어 근로자측의 집단행동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동계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면서 노정(勞政)간, 노사(勞使)간의 노동현안 협상과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측이 수시로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는 결국 노사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목소리 커지는 노동계=정부의 ‘친(親)노동 성향’에 한껏 고무된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개선,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공무원노조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벌써부터 으름장을 놓고 있어 올 춘투(春鬪)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은 6일부터 시작된 96개 금속업체 노사의 산별 중앙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9∼13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18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제조부문 노조로 조직된 ‘제조공동투쟁본부(제조공투본)’도 14일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제조공투본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 노총-경총간의 협상과는 별도로 산하 1800개 노조가 일제히 개별 단체협상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공무원노조 등 5개 공공부문 노조로 최근 구성된 ‘공공연대’는 노조별로 ‘투쟁’을 벌이면 여타 조직은 최대한 연대해 지원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16일부터 연가투쟁 투표, 공무원노조는 22, 2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공연맹도 산하 개별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상 투쟁 외에 철도 민영화 논의가 다시 불거질 경우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화물차량 지입차주와 근로형태가 비슷한 레미콘 운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도 형평성을 내세워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정부는 모른 척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노동정책 아니다?=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던 정부의 엄포는 흐지부지됐고 노동부는 14일 민주노총과 극비리에 만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기홍(權套?) 노동부 장관은 정부가 노조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노동자 편향적인 정책을 시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노동부는 불합리한 노사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는 노동계의 합법적인 요구에는 ‘대화와 타협’으로 임하되 현행법을 어기는 집단행동에는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게 현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정책의 변함없는 기조라는 것.

민주노총도 15일 성명을 발표해 “재계에서 화물연대 사태 해결을 정부의 ‘친노동정책’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회 갈등과 대결을 부채질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등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정부의 친노동 성향이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한껏 키워놓아 앞으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동부 내부에서도 “언제까지나 노조에 내주기만 할 수는 없는데 앞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