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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의 주간전망대> - 화물연대 파업, 정부의 분쟁조정 시스템부터 고쳐야한다편집위원
  • 이성희 본지 편집의원
  • 승인 2003.05.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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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전국의 주요 공단이 물류대란 파동을 겪고 있다.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선적업무가 부분적으로 마비가 되고,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출업무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꼼꼼히 집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화물연대와 화물운송업체간 협상은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폭발성을 안고 있었다. 화물연대 소속 운전자들은 한달 수입이 70만원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고 주장을 하고 있었다. 대개의 경우 생존권적인 요구는 투쟁방식도 격렬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화물연대의 경우 물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돼 화물연대가 실력행사를 할 경우 국가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파급력도 안고 있었다.

그러나 화물연대와 화물운송업체간 협상은 초기부터 많은 난관을 안고 있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화물운송비 인상, 경유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다단계 알선 근절 등은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쉽지않은 사안들로 이뤄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쟁점들이 다차원적인 협상을 해야만 하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화물운송비 인상문제만 하더라도 화물운송업체 뿐만 아니라 화물화주업체가 같이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물화주업체가 수없이 많아서 협상테이블이 구성되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경유가 인하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문제는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게다가 정부내에서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 부처와 관련이 돼 있는 쟁점이었다. 이런 다차원적인 협상은 협상테이블 구성 자체도 어렵고, 협상진행도 어려워지게 된다. 게다가 화물연대나 화물운송업체 모두 이런 협상은 처음이었다. 대개의 경우 첫 번째 협상에서는 협상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 낮고, 일단 실력행사를 통한 요구관철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화물연대의 협상은 처음부터 협상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이익분쟁에 대해 어떤 해법이 필요한 것일까? 일차적으로는 이해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자율적인 협상이 실패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그런 경우에 공권력을 동원하는 해법을 써왔다면 이제는 정부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신정부가 얘기하는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과 물류대란의 위기과정에서 정부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물류대란의 위기가 코앞에 닥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본격 대응에 나섰지만 파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분쟁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예방기능이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이번 분쟁이 정부 내 건교부, 산자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되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발생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 업무영역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정부의 분쟁해결 시스템이 예방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상황판단능력을 강화하고, 정부 부처간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어찌 보면 이번 물류대란 위기와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분쟁해결시스템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성희 본지 편집의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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