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어디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 행정직의 들러리 일뿐이죠.”

A지방자치단체 기술직 7급인 김모(49)씨는 자신과 같이 승진했던 행정직 대부분은 이미 6급으로 승진했는데 10년이 넘도록 승진을 못하고 있어 한숨만 쉬고 있다.

김씨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 가운데 나와 같이 7급 승진 이후 10년이 넘도록 승진을 못하고 있는 토목ㆍ건축 등 기술직이 3,000여명에 달한다”고 푸념했다.

기술천시 풍조 공직사회에도 만연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이공계분야 활성화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승진 등에서 밀리는 등 기술직 공무원들의 홀대는 여전하다. 공직사회에서의 기술직 홀대는 이공계대 지원 기피 현상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기술을 천시하는 풍조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가운데 행정직은 6만6,341명으로 75.3%, 기술직은 2만1,733명으로 24.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직급별 기술직 공무원의 점유비율은 1급 9.7%, 2급 18.2%, 3급 24.0%, 6급 이하 23.7%로 상위직으로 갈수록 낮아 기술직의 승진은 거의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는 1급 9명 가운데 기술직 출신이 한명도 없고 산업안전정책을 다루는 노동부도 본부 국장급(2,3급) 10명 가운데 기술직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기술직이 많은 산업자원부도 1급 6명중 기술표준원장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행정직이며 과학기술부는 1,2급 11명 가운데 2명, 정보통신부는 10명 가운데 3명만 기술직이 자리를 맡고 있을 정도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기술직은 승진대상 7,642명중 3.3%인 255명이 승진한 반면 행정직은 1만9,533명중 978명(5.0%)이 승진, 기술직보다 1.7% 포인트나 높았다.

기술직 자리도 행정직이 빼앗아

기술직 공무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기술직에 적절한 자리마저도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14개구는 건설교통국장 자리에 행정직을 배치해놓고 있다.

한 산자부 기술직 공무원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차관보는 물론이고, 주요 국장과 과장의 절반이상이 기술직이었는데 갈수록 기술직 홀대 현상이 심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술직 홀대는 이공계 지원자 급감은 물론 학원가의 기술직 대비반이 폐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기술직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공무원 준비 학원은 4개이던 기술직 대비반을 올해 1개 반으로 줄였다.

한양대 공과대 강성군 학장은 “기술직 공무원들이 경영마인드 등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고위직에 이공계 출신 관료를 크게 늘려야 기술직 홀대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효과는 물론 이공계 기피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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