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대대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노사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무현 정부의 이같은 노동정책을 등에 업고 올 춘투(春鬪)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할 태세다.

이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자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노사간 시각차가 거의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노동계가 '노(勞).정(政) 공조'를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 시각차 큰 노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96만원(지난해 8월 현재)으로 정규직 1백82만원의 절반 수준(52.9%)에 불과하다.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77만원으로 남성 정규 노동자의 38.1%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똑같은 노동을 하는 데도 임금은 2∼3배 가량 차이가 난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재계와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 등 각론(各論)으로 들어가면 팽팽한 이견을 보인다.

재계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27.8%다.

이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 노동계 주장과 비교하면 2배나 차이가 난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규모를 7백72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1천3백63만명)의 5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요원한 해결책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할 경우 종국적으로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해쳐 사회안전망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영계가 비용절감 등 경제논리로만 접근하고 있으며 노동자 차별을 당연시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비용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 채용을 줄여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임금과 보험혜택 등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상무는 "공공부문에서 보듯 집배원 등 비정규직의 경우 수요예측이 잘 안되고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했던 분야"라며 "기업들이 정부와 노동계에 떠밀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04/28 17:30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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