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5월 1일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꿔달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을 ‘어용’이라고 표현해 두 노총간의 감정싸움이 악화되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은 민주노총이 21일 낸 보도자료였다. 민주노총은 이 자료에서 “독재정권이 노동절의 이름과 날짜를 빼앗은 이유는 정권의 하수인인 어용 노총 생일날에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근로자로 살 것’을 다짐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표현했다.

즉 한국노총의 과거 행적을 어용이라고 못박은 것. 이에 발끈한 한국노총은 23일 성명을 내 비난했다.

성명은 “한국노총을 자극하고 노노(勞勞)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며 노동절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데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은 각종 연대활동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한국노총에 비수를 들이대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3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에 대해 ‘통합 제의’까지 한 상황이라 불쾌감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또 “우리 조직을 어용으로 비난한 민주노총과 벌이는 연대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이날 두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가하기로 한 ‘경제특구법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그러나 30일부터 사흘간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노동절 남북노동자 공동행사는 ‘민족적 차원’에서 민주노총과 연대하기로 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주5일 근무제 요구와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철폐 등 두 노총이 함께 손잡고 투쟁해도 달성하기 힘든 사안이 산적한 판에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고 두 노총을 함께 비난하고 있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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