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지 꼭 5년이 넘었다. 그동안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참여와 탈퇴를 반복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노동운동이 노사정위원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사정위원회 5년을 돌아보면 정리해고제와 변형시간제 및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한 것 외에 이렇다할 내용이 없어 노사정위원회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관철시키기 위한 보조축으로 작동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고용 영향 미치는 구조조정도 의제채택 안돼

최근 노무현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활성화와 위상 강화를 통해서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노사정위원회의 '2003년도 운영계획(안)'에 의하면 2003년도 중점 추진계획을 노사정위원회 운영 내실화, 노동·사회 현안의 합리적 대안 모색, 산별교섭을 매개로 업종별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민주노총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협의회의 위상에 대해서는 협의회 자체의 의안발의 및 의결기능 등이 제한되고 위원 구성도 실무자급으로서 중요한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의사결정 방식도 출석위원 2/3 이상 다수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정 가운데 어느 일방이 완강하게 거부할 경우 의안이 채택조차 되지 않는 폐해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산별교섭을 매개로 한 업종별협의회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민주노총을 참여시키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현 단계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수 없어 보이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노동운동을 관리하겠다는 정부가 의도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지난 5년 동안의 파행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금융노조는 노사정위원회 '금융부문구조조정 특별위원회(이하 '금융특위')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금융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켜왔다. 그러나 2000년 금융 총파업 당시 '정부주도의 일방적 합병은 없다'는 노정합의를 노사정위원회 합의 형식으로 얻어낸 것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니까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배치하고 현장의 투쟁력이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을 때는 노사정위원회가 나서서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을 협의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조합원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의제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2002년 한해동안만 해도 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 기능재편과 관련한 지방은행의 흡수합병 문제,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조흥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합병 문제 등 조합원의 고용과 직결된 문제들을 금융특위에서 다룰 것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정부측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단 한번도 정식 의제로 채택조차 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금융특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는 마당에 정부가 특별위원회보다 위상이 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별협의회를 통해 민주노총을 참여시키겠다는 발상은 노사정 실무자들을 모아놓고 말잔치만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 노사정위는 노정협상 수단일 뿐

그런데 노동운동이 노사정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매몰되어 있다는 감이 있다. 즉 노사정위원회의 참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노사정위원회는 결국 노정간 협상의 한 수단일 뿐이며 이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가 실제로 노동운동의 현장 장악력 상실에 대한 해법을 대중 투쟁력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찾겠다는 발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쟁을 피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돌파하기 위한 투쟁전선의 복원과 대중 투쟁력의 강화를 노동운동의 중심과제로 설정하지 않는다면 산별노조 운동은 관료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고 노사정위원회는 대중의 저항을 체제 내로 수렴시켜 봉합하고 관리하는 역할만을 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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