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대란이 위기를 넘김으로써 신정부의 노동정책이 또하나의 시험대를 통과했다. 철도노조와 철도청은 인원증원, 해고자 복직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다 파업예고시간 막판에 가서 쟁점사항에 합의를 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예고는 신정부 들어서서 처음으로 맞이한 공공부문의 대형 노사분쟁사건이었다. 그만큼 신정부의 노사분쟁 해결시스템의 준비정도와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먼저 이번 사태해결 과정에서는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의지를 관철시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칫하면 철도대란을 몰고올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총리주재로 관계장관대책회의가 열리면서 노사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풀려 나갈 수 있었다. 그결과 노사가 극적타결을 함으로써 정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의지가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해결과정을 보면 몇가지 과제도 눈에 띄고 있다. 일차적인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해결 과정을 보면 철도노조와 철도청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당일 새벽에서야 가까스로 해답을 찾아냈다. 철도노조가 이번에 쟁점이 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올해초였고, 파업돌입 경고를 한 것도 한달 여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사 협상은 노조파업을 코앞에 두고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가닥이 잡히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가 멈출 위기를 앞두고도 정부 해법의 예측가능성은 파업예고일 며칠전까지만 해도 시계제로였다. 이것은 한마디로 현재의 대형분쟁 해결 시스템이 문제가 곪아 터져야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점에서 본다면 이번 철도사태는 정부의 분쟁해결 시스템이 갈등의 사전예방을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음을 과제로 제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철도사태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과제는 정부가 제시하는 해법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는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과거 정권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 엄정한 법집행에 대한 강조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대로 밀고 나갈 태세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노조는 정부가 제시한 안부터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었다. 철도노조 해고자 복직문제는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한 사안이고, 인원증원문제는 철도노동자의 생존권적인 문제라는 것이었다. 철도노조는 매년 20여명의 철도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노조가 주장하는 산재사망사고 통계가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년 20여명의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철도청은 철도노동자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정원을 늘리는 것이 행자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조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지만 철도노동자들에게는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더 절박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법과 원칙에 대한 강조만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점에서 이번 철도사태는 정부의 노동정책과 분쟁해결 대안이 보편타당한 정당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한번 확인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부터 시스템의 정당성을 갖출 때 법과 원칙은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노사분쟁에서 수많은 불법파업과 구속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안의 정당성을 갖춰나가는 일, 그것이 노사관계의 질서를 세워나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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