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이 지난달 수사를 의뢰했던 청와대 사칭 e-메일 사건은 '386세대' 운동권 출신인 30대 컨설팅업체 이사가 청와대 직원을 사칭해 저지른 사기극이라는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사기극에 속아 공기업 임원들이 회사운영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건네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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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4일 청와대 국정상황실 직원으로 행세하며 인사 청탁을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공기업 두 곳에서 기업 관련 자료를 빼낸 혐의(사기)로 K컨설팅 회사 이사 金모(3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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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金씨에게 자료를 넘겨준 재정경제부 산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 全모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裵모씨는 해당 기관에 징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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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D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중앙위원을 지낸 金씨는 역시 운동권 출신으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鄭모(36)이사가 청와대 인사보좌관실 金모(35)행정관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을 이용, 한 시민단체 간부를 통해 알게 된 全씨에게 인사 청탁을 해줄 것처럼 속여 각종 기업 관련 자료를 e-메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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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이사는 또 金씨의 부탁을 받고 裵이사장을 찾아가 "국정상황실 직원인 金씨에게 관련 자료를 보내라"고 요청했고, 裵이사장은 기금 지원 현황 등 주요 자료를 金씨에게 e-메일로 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金씨가 기업 컨설팅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위해 개별 기업 정보가 필요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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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씨는 이들을 속이기 위해 'blue house'(청와대)를 암시하는 bh***라는 아이디를 사용했으나, 裵이사장이 자료를 보낸 뒤 청와대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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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은 "상대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료를 보낸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인사 청탁성의 말은 들은 적도, 요청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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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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