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해 온 미국 상무부가 채권금융기관의 지원을 정부보조금으로 간주,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다우존스 등 미 언론들은 관세율이 3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우리 측의 막판 협상 노력 여하에 따라 다소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2조8000여억원(D램 2조2000억여원)의 반도체 제품을 수출,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의 30%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30일 “미국 정부가 오는 31일로 예정된 한국산 D램 반도체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에서 하이닉스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변호사들이 전해왔다”고 밝혔다. 상계관세란 수출국 정부가 수출기업에 보조금을 줄 경우 수입국이 그에 비례해 해당 제품에 부과하는 누진세율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에 고율의 상계관세가 부과될 경우 하이닉스의 회생에 큰 타격은 물론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지원을 정부보조금으로 간주할 경우,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 향후 통상문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지적이다.

예비판정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하이닉스는 최종판정(7월 말로 예상) 때까지 미국 수출 제품에 대해 매번 고율의 예치금을 내야 한다. 관세율이 30%일 경우 예치비용은 매달 1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말 하이닉스와 경쟁관계인 마이크론은 “한국 정부가 지배하는 채권금융기관들이 부채 탕감과 출자전환을 통해 하이닉스를 지원해준 것은 사실상 정부보조금에 해당한다”며 미 상무부에 제소했다.

유럽연합(EU)도 하이닉스에 대해 30~35%에 달하는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예비판정을 4월 중순 발표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이럴 경우 하이닉스는 최종판정(8월 말)까지 수출할 때마다 관세율만큼의 예치금을 내야 한다.

미래에셋 김경모 애널리스트는 “최종판정에서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하이닉스 경영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 문제가 향후 미국과 유럽지역 통상문제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 李仁烈기자 yiyul@chosun.com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