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침공 개시 이후 외국 기자들의 정보접근을 막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만 정보를 주는 등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는 22일 카타르 주재 미군사령부가 침공 이후 단 한차례도 기자회견을 열지 않다가 이날 오후 첫 브리핑을 하는 등 극도로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에 파견된 이 방송의 페터 풀만 기자는 침공에 비판적인 나라에서 온 기자들은 침공 이전부터 이른바 ‘기술적 어려움’을 통해 보도를 저지당했다고 생각해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기자들은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직접 정보를 얻고, 주요 미국 방송사들은 ‘일종의 미국 정부 공보처’ 노릇을 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자메이카 언론인 클로드 로빈슨은 “카타르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회는 <시엔엔> <비비시> 등 미국·영국 언론들에만 주로 주어졌다”며 ‘왜 아직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쓰지 않으며 미군은 아직도 이런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기자의 질문과 ‘왜 그동안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느냐’는 중국 <신화통신> 기자의 질문은 ‘군 작전상 비밀이 우선한다’는 말로 묵살됐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외국기자들이 카타르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동안 군대를 따라다니는 기자들 상당수는 침식을 제공하는 ‘군대의 눈으로’ 전쟁을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연합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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