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동시에 가장 바쁘게 움직인 곳은 국내외 언론사. 이들 못지 않게 경남평화연대(준) 사무실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경남평화연대는 이해종(57)씨와 배상현(27)씨를 이라크 현지로 파견한 단체다. 19일 오전 부변전소에서 인간방패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수 십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사무실로 언론이 이목을 집중한 것도 이때부터다. 방송국과 신문사 취재진들은 배상현씨의 행적을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취재진은 밤을 지새워가며 전화통화 순간을 잡으려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19일 오후 9시경 이라크 현지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끝내 배상현씨와는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한 사무실에는 김영만 대표와 이환태 사무국장, 그리고 회원인 김영호씨가 밤새 이라크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사무실에는 이들의 타는 심정을 대변하듯 재떨이에는 타다 남은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였다.

20일 오전 배상현씨의 연락이 닿질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상현씨의 고모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 요르단에 머무르고 있는 이창용씨와 연락이 닿아 배상현씨가 변전소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상현씨와 직접 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 배상현씨가 이라크 위험지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져 며칠 째 밤을 새워가며 걱정을 하며 전화통화를 시도했던 김영만 위원장은 20일 오후 2시30분께 끝내 병원으로 실려갔다.

21일 오전에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배상현씨의 인터뷰가 나갔다. 무사하게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희망연대 회원은“지역의 도움으로 갔는데, 지역언론사와의 인터뷰가 먼저 있었으면 좋았겠는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21일 오후가 되자 희망연대 사무실에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1시부터 이라크에 머무르고 있는 배상현씨와 직접 통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군의 공습이 있는 후인지 쉽게 연락이 닿질 않았다. 3시가 지나자 몇몇 언론사들은 마감시간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3시30분 이환태 사무국장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신호가 갑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든 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은 시선은 전화기에 집중됐다. 전화는 20여분 계속됐다.

배상현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기 상황은 그리 긴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은데 한국에선 난리가 아니네요”라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이날 통화가 끝나자 그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언론사 취재진들과 희망연대 사무실 관계자는 자축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김영만 대표는 “상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근데 국제전화비는 다 언론사에 청구하겠습니다”고 여유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희망연대 사무실은 24시간 대기중이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추이를 살펴보고 있으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해야 잠을 청할 수 있다. 아마 이같은 불침번은 전쟁이 끝나고 반전평화팀 일행이 무사히 한국 땅을 밟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주찬우 기자 / joo@domi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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