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3자의 공동 산업평화 선언을 추진하고 나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박길상(朴吉祥) 노동부 차관은 21일 열린 노사정위원회의 차관급 회의인 상무위원회에서 “노사정위 차원에서 산업평화 선언을 검토해 달라”고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일 경제5단체가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공익단체 등이 참여하는 산업평화 선언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같은 날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동부가 경제단체에 공동선언 등을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측은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실질적인 산업평화를 위한 조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의식개혁이나 이벤트성의 선언은 실효성이 없다”고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1995년에도 한국노총과 경총은 공동으로 ‘산업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고 뒤이어 전국 2800여개 사업장이 각각 노사화합을 선언한 적이 있다.

한편 이날 노사정위 상무위에서는 올해 중에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제도 개선 △공공부문 노사관계와 쟁의제도 개선 △지역별·업종별 노사정협의회 활성화 △필수공익사업 직권중재제도 개선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사정위가 다루는 의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논의 시한제’를 도입하는 등의 노사정위 운영개선 방안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의 제기로 다음 상무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경총 "산별교섭 반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산별 교섭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총 김창성(金昌星) 회장은 21일 경총 사무실을 방문한 권기홍(權套?) 노동부장관에게 “노동계가 요구하는 산별 교섭은 각 기업의 규모와 실적 등이 서로 달라 교섭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대신 파업으로 가기 쉽다”며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권 장관은 이에 대해 “산별 교섭의 틀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일이며 정부가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산별 교섭을 채택했을 경우 교섭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을 정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김 회장은 “산별 교섭의 대안으로 면방업계에서 진행 중인 업종별 교섭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가 비슷한 15개사 중 매년 3개사 노조가 임금협상을 하고 나머지 12개사는 그 결과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김 회장은 “면방업계처럼 노사의 자율에 맡길 경우 다양한 형태의 효율적인 교섭방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등은 산별 교섭을 주요 단체협상 항목의 하나로 요구해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기파업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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