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관계 장관회의 '파업 구속자제' 방침의미

파업 노동자 구속을 자제하고, 사회 문제로 떠오른 손배소, 가압류 남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노동정책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보여주는 가늠자로 해석된다.

노동계는 노동부 장관의 적극적인 두산중공업 사태 중재에 뒤이은 이런 방침은 노사간 힘의 균형과 노사관계의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반면, 재계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수렴해 갈지는 정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특히, 파업 참여 노동자 구속 문제는 국제노동기구 등에서 계속 비난을 받아왔을 뿐 아니라 노정 관계를 악화시키는 불씨였다. 노동운동과 관련해 구속된 노동자는 노태우 정권 때 1973명, 김영삼 정부에서 632명, 김대중 정부에서 892명으로, 현재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33명이 수감돼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여러 차례 단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민주노총이 강경한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한 원인이 됐다. 또 노동계의 중요한 축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해 주5일 근무제, 공무원 노조 허용 등 노동 현안 협상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노사분쟁 불씨제거 노사정 숨통
재계 반발 예상 입법과정 숙제로


이런 점에서 비폭력 파업 때 노동자의 구속을 제한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주5일 근무제, 기업연금, 비정규직 차별 해소, 공무원 기본권 보장 등 중요한 노동정책이 노사정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추진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사 분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노조원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손배소와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노조원 배달호씨의 분신자살로 시작돼 63일 동안 계속된 두산중공업 사태도 배달호씨 등 파업 참가 노동자에 대한 거액의 손배, 가압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파업으로 회사 쪽이 입은 손실을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한다는 취지의 손배, 가압류는 애초에는 조합비와 노조원 임금 등에만 청구됐지만 1~2년 전부터 집과 예금, 가족이나 보증인의 재산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또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액수가 커져 노동계에서는 ‘신종 노동탄압’으로 불려왔다. 민주노총은 노조활동과 관련해 노조에 가한 손배·가압류 액수는 지난달 현재 50개 사업장 2223억원이라고 집계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도 “손배소가 현행법에서 민사상 사용자의 권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사용됨으로써 새로운 갈등의 불씨만 남겼다. 특히 개인에 대한 손배 가압류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무 관계 등 민사에서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손배·가압류를 노사관계에서만 제한할 수 있는 법률적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어떤 방향으로 입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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